재미

by 홍시

인간으로 태어나면 본능적으로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이성’으로는 끝내 해결할 수 없는 영역, 바로 재미다.


생존의 두려움을 해소하려는 의지도 재미이고, 뚜렷한 목표를 세워 삶의 방향을 붙잡으려는 것도 재미이며,
불편함을 알면서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힘 역시 재미다.


그러나 이 재미는 쾌락적 감각과 동일하지 않다. 과정 속에 쾌락이 스며들 수는 있지만, 쾌락이 전부는 아니다. 쾌락만을 좇으면 반드시 공허가 따라오는 이유는 그것이 재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공허를 통과한 경험으로 재미를 완성하기도 한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때로는 더 어린 사람들에게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한다. 조언이나 잔소리를 수용하면 안정으로 이끌 수는 있다. 하지만 안정 속에는 모순적이게도 재미가 없다.


스스로의 판단으로 실수와 마주하고, 그 실수를 통과할 때 느끼는 살아 있음은 어떤 쾌락보다 강렬하다.

몸 깊숙이 침투해 사람을 자라게 만든다. 성장에 대한 갈구, 꿈틀거리는 영혼의 외침. 실수와 실패가 뻔히 보이는데도 그 길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 그 자체가 재미다.


그 재미를 가로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어른들의 조언을 거부하는 저항감은, 결국 내 인생의 재미를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이자 발악이다. 그들은 불안정해 보일 수 있고 평안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도 모른다.


영혼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영혼의 외침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게 태어난 이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지란 결국 영혼이 세상에 보낸 아바타다. 그러니 우리는 영혼이 설계한 재미를 끝내 거부할 수 없다.


삶은, 그 재미를 끝까지 따라가 보려는 한 편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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