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시들어버린 꽃

by 소피아절에가다

아침부터 꽃단장

얼굴부터 발끝까지 봄꽃 천지

내 몸은 이미 꽃밭

봄 향기에 취한다

어디 가는 거야?

어느새 내 꽃밭엔 매캐한 냄새

버스 창밖은 벌써 연두 빛깔 봄 내음

내 몸과 창밖은 이미 한마음

매캐한 봄 향기에 취한다

여기가 어디야?

세상에 없는 미지의 세계, 별천지

웃음이 박제된 말들이 회전하고

꼬마 자동차 붕붕이가 하늘을 오르내리며

거대 오리들이 헤엄치는 곳

솜사탕 먹고 싶어

구름은 분명 이런 맛이겠지

손으로 뜯고 입으로 뜯고

뜯어먹는 재미에 취하고

달큰한 구름 냄새에 취한다

어디 가는 거야?

손안에 넣은 구름을 다 뜯어먹어도

달큰함이 코끝에서 가시기 시작해도

내 그림자의 키가 점점 자라고 있어도

보이지 않는 너, 그럴 리 없는 너

어디 있는 거야?

이 세상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불시착한 나

앞이 보이지 않는 나, 그럴 리 없는 너

존재하지 않을 너, 존재할 수 없는 나

이미 시들어버린 꽃들로 가득한 내 꽃밭

더 이상 꽃이 피지 않으리

그 어떤 꽃도 피우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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