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행복의 샘

by 소피아절에가다

고통이 자리한 그곳에서

유일하게 내가 가진 시간의 망치를 움켜쥐었다

그 무엇보다 게으르게 깨부수기 시작했다

고통을 산산조각 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무엇보다 게으른 시간이다

고통이 자리한 그곳에서

유일하게 내가 가지지 못한 행복이 줄줄 흘러내릴 줄만 알았다

그 자리를 침범한 건 내가 아니라 시간이고

고통받는 건 내가 아니라 고통이다

시간의 망치질 덕분에 고통이 고통을 받아

조각난 고통들이 게으르게 흩어져 있다

행복을 만끽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 나여야 하고

게으른 시간을 버텨낸 내가 행복해야 한다

고통받는 건 고통이고 행복해야 하는 건 나인데,

나는 고통스럽다

유일하게 가지게 된 행복은 조각조각 흩어져있는 고통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고통을 되돌려 놓는 것은 내가 아니라 게으른 시간이고

고통을 받는 건 내가 아니라 고통이어야 한다

영원한 행복의 샘 같은 건 없다

다시 망치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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