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럴 줄 알았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
잠잠하니 더 불안해지던 건 나만의 일은 아니었겠지
잔잔함을 고스란히 즐길 수 없었던 것은 너만의 일도 아니었으니
또다시 반쪽짜리 인생이 시작되고
나는 또다시 홀로 앉아있다
입안을 더 쓰게 만드는 식어빠진 커피
차라리 에스프레소 원샷이 희망적일지도
세느강 옆 테라스에 앉아 희망을 마셨던 그때처럼
잔잔하게 반짝이던 우리의 이십 대처럼
내 그럴 줄 알았다
뭘 큰걸 바란 게 아닌데 내 이럴 줄 알았다
억만금을 옆구리에 차길 바란 적도 보석으로 새긴 몸뚱이를 원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세월은 생존이란 모습을 하고서
우리에게 반쪽짜리 인생을 맛보게 하고
나는 또다시 홀로 누워있다
솜이불을 켜켜이 덮어도 이 겨울 너의 품만 할까
차라리 불면의 밤이 낭만적일지도
대학로 민들레에서 밤새 사랑을 마셨던 그때처럼
잔잔하게 속삭이던 우리의 이십 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