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내 그럴 줄 알았다

by 소피아절에가다

내 그럴 줄 알았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

잠잠하니 더 불안해지던 건 나만의 일은 아니었겠지

잔잔함을 고스란히 즐길 수 없었던 것은 너만의 일도 아니었으니


또다시 반쪽짜리 인생이 시작되고

나는 또다시 홀로 앉아있다

입안을 더 쓰게 만드는 식어빠진 커피

차라리 에스프레소 원샷이 희망적일지도

세느강 옆 테라스에 앉아 희망을 마셨던 그때처럼

잔잔하게 반짝이던 우리의 이십 대처럼


내 그럴 줄 알았다

뭘 큰걸 바란 게 아닌데 내 이럴 줄 알았다

억만금을 옆구리에 차길 바란 적도 보석으로 새긴 몸뚱이를 원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세월은 생존이란 모습을 하고서

우리에게 반쪽짜리 인생을 맛보게 하고

나는 또다시 홀로 누워있다

솜이불을 켜켜이 덮어도 이 겨울 너의 품만 할까

차라리 불면의 밤이 낭만적일지도

대학로 민들레에서 밤새 사랑을 마셨던 그때처럼

잔잔하게 속삭이던 우리의 이십 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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