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넷…
두 번의 환승과 스물 다섯 정거장
집까지 한 시간 카운트 다운 스타트
자리를 잘 잡았나
오늘은 운이 좋은 건가
“어서 앉아”
네 앞에 서서 배낭 속 ‘인간 실격’을 꺼낸다
집까지 틈새 독서 스타트
요조의 ‘부끄럼 많은 생애’를 상상하던 찰나
네 옆자리가 텅 비고,
내 옆의 젊은이는 내 쪽에서 텅 빈자리로 손바닥을 내밀어 곡선을 그린다
내 고개도 그 곡선을 따라간다
“감사합니다”
나란히 앉은 너와 나
집까지 편안히
다시 요조의 인생 곡선을 향해 들어간다
‘다음 역은…’
너와 나를 닮은 실루엣이 출입문으로 들어오고,
나는 잠시 지켜보다 일어나서
나를 닮은 또 다른 나에게 손바닥으로 곡선을 그린다
“여기 앉으세요”
나란히 앉은 아들과 딸
그 앞에 선 두 여자
닮은 실루엣의 네 사람
‘다음 역은…’
내릴 준비를 하는 엄마와 딸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지”
요조는 타인의 호의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인간의 선함을 믿을 수 있을까
경험의 부재인 건 아닐까
‘다음 역은…’
엄마와 아들이 내릴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