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지하철 안에서

by 소피아절에가다

하나 둘 셋 넷…

두 번의 환승과 스물 다섯 정거장

집까지 한 시간 카운트 다운 스타트


자리를 잘 잡았나

오늘은 운이 좋은 건가

“어서 앉아”


네 앞에 서서 배낭 속 ‘인간 실격’을 꺼낸다

집까지 틈새 독서 스타트


요조의 ‘부끄럼 많은 생애’를 상상하던 찰나

네 옆자리가 텅 비고,

내 옆의 젊은이는 내 쪽에서 텅 빈자리로 손바닥을 내밀어 곡선을 그린다

내 고개도 그 곡선을 따라간다

“감사합니다”


나란히 앉은 너와 나

집까지 편안히

다시 요조의 인생 곡선을 향해 들어간다


‘다음 역은…’


너와 나를 닮은 실루엣이 출입문으로 들어오고,

나는 잠시 지켜보다 일어나서

나를 닮은 또 다른 나에게 손바닥으로 곡선을 그린다

“여기 앉으세요”


나란히 앉은 아들과 딸

그 앞에 선 두 여자

닮은 실루엣의 네 사람


‘다음 역은…’


내릴 준비를 하는 엄마와 딸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지”


요조는 타인의 호의를 신뢰할 수 있을까

인간의 선함을 믿을 수 있을까

경험의 부재인 건 아닐까


‘다음 역은…’


엄마와 아들이 내릴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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