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카페 안 작은 풍경

by 소피아절에가다

누구 뒷꼭지인가

꼭 나를 닮은 누구의 뒷꼭지 같네

바쁘게 왔다 갔다 움직이는 소녀의 양 갈래 머리

더 바쁘게 움직이는 작은 손 안의 지우개 달린 연필

그 작은 손 위로 쑤욱 올라와 있는 기다란 노란 연필


누구 뒷꼭지인가

나를 닮은 누구의 뒷꼭지도 저리 바빴을까

이번에는 앞으로 또 아래로 양 갈래의 시선이 바삐 통통거리고,

조마조마한 그 시선이, 불안 불안한 그 마음이 뒷꼭지에도 훤히 보인다


그 짧은 시간,

얼마나 보고 베꼈을까

몇 문제나 틀리지 않고 제대로 적었을까

연필 끝 무심히 얹혀 있던 지우개는 눈치 없이 가루들을 남긴다


잠시 자리 비웠던 뒷꼭지와 똑 닮은 한 여인이 돌아오고,

그 뒷꼭지는 박차고 일어나 활짝 웃으며 그녀를 맞는다


“엄마, 나 화장실 다녀올게! “


그 뒷꼭지는 알까?

순식간에 사라진 자신의 그 작은 희망을

가열차게 찢겨진 한없이 친절한 해답지를

신기루가 되어버린 오늘 할당량을 위한 희망의 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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