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도 가정 안에 있습니다’

by 소피아절에가다

‘저는 아직도 가정 안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자신 있게 내뱉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정 안의 나의 존재가

나의 결핍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 결핍을 무심히 회피하거나,

그 결핍을 무작정 메우거나

나는 도피와 삽질을 반복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내 곁에는

내 키를 훌쩍 넘을 만큼의 책들이 쌓였고,

내 손으로 그려낸 일상이 한 움큼의 글로

그것의 얼굴을 달리 했으며,

내 앞에는

내 흘러간 시간을 인지할 수 있는 너가 서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어디에나 무수히 존재하고

그 괴리가 만들어낸 자신의 결핍은

어쩌면 성장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도피와 삽질이 반복되더라도

그 속에서 인간은 성장의 작은 씨앗을 품어

그 결핍의 자리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저는 아직도 가정 안에 있습니다 ‘라는 말을

더 이상 결핍으로 느끼지 않게 했다


나의 뿌리가 서서히 뻗어져 나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어느 여름 카페 안 작은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