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도 가정 안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자신 있게 내뱉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가정 안의 나의 존재가
나의 결핍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 결핍을 무심히 회피하거나,
그 결핍을 무작정 메우거나
나는 도피와 삽질을 반복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내 곁에는
내 키를 훌쩍 넘을 만큼의 책들이 쌓였고,
내 손으로 그려낸 일상이 한 움큼의 글로
그것의 얼굴을 달리 했으며,
내 앞에는
내 흘러간 시간을 인지할 수 있는 너가 서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어디에나 무수히 존재하고
그 괴리가 만들어낸 자신의 결핍은
어쩌면 성장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도피와 삽질이 반복되더라도
그 속에서 인간은 성장의 작은 씨앗을 품어
그 결핍의 자리에 서서히 뿌리를 내리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저는 아직도 가정 안에 있습니다 ‘라는 말을
더 이상 결핍으로 느끼지 않게 했다
나의 뿌리가 서서히 뻗어져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