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한 <마인드 박스>
생각하며 살고 있나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요?
그 생각을 자신의 기준으로 분류하고 있나요?
자신만의 생각의 틀을 장착해서 살아가는 사람은 분명 자기 삶을 주관해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생각의 기준, 나만의 틀을 저자는 '마인드 박스'라는 이름을 붙이며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의 의미를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축복받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내 삶의 주인은 단연 나 자신이므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생각과 그에 따른 선택 그리고 선택에 따라오는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한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대해 결과가 항상 좋을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지하지만, 거듭되는 시행착오를 밑거름 삼아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선택도 책임도, 실패도 성공도 모두 나의 일이라고 여기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것이 축복받은 것 같지만, 실은 고통을 수반한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을 만큼 예기치 않은 일들의 집합이고, 그런 와중에 내 선택이 과연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가져올지 미지의 영역이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고 두렵다. 내 선택이 옳은지 내 생각이 맞는지 항상 불안에 떨고, 선택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나에게 있기에 항상 두렵기만 하다.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이리도 어려울 줄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는 와중에 인식하게 된다.
차라리 주체적인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선택하는 상황을 회피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삶을 살고 싶어진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누구나 당연시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막상 그만큼 강하게 인생의 주인이 되길 저항한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생각의 틀을 만들자!
근대 철학의 아버지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확실한 것인지를 인식하기 위한 방법으로 의심과 회의를 거듭한 결과, 결국 지금 생각을 하고 있는 주체인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생각이 날아다닌다. 생각을 멈출 방법은 없어 보인다. 날아다니는 생각을 붙잡는 것 또한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생각들을 붙잡아 하나의 생각의 흐름으로 이어가게 만드는 방법으로 이 책의 저자는 기록을 통해 생각을 정리하는 '마인드 박스'를 만들어야 함을 강조한다.
"기록학자인 내가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생각이 기록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기록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내 안에 흐르는 무수한 생각들을 의미 있게 꺼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나만의 기준으로 정리할 줄 알아야 한다.' (들어가는 글, 5쪽)"
자신의 마인드 박스에 들어갈 항목은 자신의 생각에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이 곧 삶의 기준이 되고 마인드 박스에 담길 재료들은 내 삶에서 나 자신이 주관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마인드 박스의 개수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재료들이 알차게 채워질수록 우리는 인생에서 주관자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잘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내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고 어떤 마음으로 그 생각들을 실천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본다면 내 삶의 주관자로 살아가기 위한 나만의 '마인드 박스'를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마인드 박스 안 재료들
이 책의 저자 김익한 교수님은 책 속에 '인생의 중심을 잡는 마인드 박스 16가지'를 제시했다.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서 '욕망', '경쟁', '잠재성', 꿈과 돈' 등에 관해 소개하고 있다.
‘욕망' 부분에서는 철학자 자크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말로 우리의 욕망에 대해서 설명한다. 나의 욕망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타인의 욕망일지도 모른다는 것.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타인의 욕망으로 덧씌워져 몰랐던 나의 진짜 욕망을 찾아야 한다. 타인이 아닌 내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을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소비' 부분에서도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나만의 취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재미있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욕을 조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적인 소비만이 내 삶을 채울 것이다.
‘잠재성’에서는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가상성과 현실성'을 근거로 삼아, 개인의 잠재성 발현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또한 주체적으로 사는 길이라는 것을 설명한다. 모든 인간에게는 발현되지 못한 잠재성이 있고, 잠재성이 현재성이 되려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라는 것.
진짜 나를 만난 다음에는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몇 가지 마인드 박스를 소개한다.
‘시간', '그릿', '주체성' 이 그것이다. 그중에 시간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주관적 시간의 밀도를 어떻게 높이느냐에 따라 24시간을 48시간처럼 쓸 수 있고, 같은 시간 동안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시간을 밀도 높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응축된 시간'을 살아야 한다. 순간순간을 의식적으로 집중적으로 경험하려고 노력할수록 시간은 응축된다. (마인드 박스, 161쪽)"
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존재한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이 주어지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아간다. 저자는 '주관적 시간의 밀도'라는 표현으로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다르게 사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밀도 높은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기록'을 강조한다.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기 위해서 아침에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저녁에 하루 동안 적었던 기록을 상기한다. (마인드 박스, 166쪽)"
하루 계획을 세우는 일이 '미래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이고, 하루 동안 적었던 기록들을 상기하는 것이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이라는 것, 즉 앞에 존재하는 미래를, 뒤에 존재했던 과거를 지금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가 기록이라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마치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부유하는 생각을 붙잡고, 흘러가는 시간을 현재로 끌어오는 일이 기록이라는 사실에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