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안증

by 소피아절에가다

노골적으로 드러낸 네 얼굴

더 노골적으로 피하는 내 얼굴

누가 누가 더 노골적일까

심심하던 차 내기 한판 벌여볼까


시시때때로 그 얼굴 들이미는 것이

그때마다 이 얼굴 파묻히는 것이

너와 나 오래된 약속


벌써 시작된 건가

누구보다 빠르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네 얼굴

그에 질세라 더 노골적으로 피하는 내 얼굴

다가가려는 자와 피하는 자의 정면대결

붙잡으려는 자와 도망치려는 자의 한판승부


우리의 내기에 언제나 반전이 없다는 게 반전

하나는 닳아 없어졌다

파묻히고 파묻히다 형체를 알 수 없게 사라졌고,

또 하나는 하나를 삼켜버렸다

번지고 번지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사라지게 했다


심심하던 차 내 간절한 바람이 이뤄졌다

온 세포가 깨어나 나를 재우지 않길,

초점 흐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오로지 내 세계 안에서 갇혀 있길,

그리고

당분간 네 얼굴로 살 길 나는 바랐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맨발의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