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택배 한 상자
주둥이가 터질 듯 테이프로 칭칭 동여맨
누군가의 거친 손길
뭐가 들었길래 아니 뭐가 들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나는,
현관문 앞 아니 뒤에 서서 서성거린다
정글에서 오늘도 무사히 돌아온 나의 구세주
갈 곳 잃은 나를 제 손으로 구해준다
“한 마리가 엄청나네!”
이 안에서 숨죽여 요동치는 어떤 생명이
이미 숨 죽어 물컹물컹한 어떤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의 구세주가 되고자 자처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폭력적이야”
흐릿한 내 눈동자
피 흘리는 네 눈동자
기어이 살고자 하는 내 몸뚱이
기어이 살아서는 안 될 네 몸뚱이
‘아니, 살아 숨 쉬려는 게 폭력적이야‘
어떻게 하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덜 폭력적으로 숨을 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덜 폭력적으로 숨을 거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