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김치국물 진하게 스며들까
젖은 행주 가져다 말갛게 더 투명하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성역의 공간 그 무엇도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지만 이 공간 유일한 침범자
오직 너만이 허락된다 오로지 너만이
그리고 나만이 오로지 나만이
이 공간 유일한 주인이 된다
오직 너만이 이곳에서 배를 불리고
오직 나만이 이곳에서 허기를 채우므로
9시 학교종이 울릴 즈음
김치국물로 배를 불린 너는 너만의 성역의 주인이 되고
나는 젖은 행주로 말간 얼굴이 된 나만의 성역의 주인이 된다
네가 노트 위에 연필을 굴릴 때
나는 노트북 자판 위에 손가락을 부리고,
네가 앞서 있는 시간을 넘나들 때
나는 이미 지나온 시간을 남긴다
네가 오늘도 나만의 성역 그 유일한 침범자일지라도
나는 기꺼이 젖은 행주를 가져다 다시 말갛게 더욱더 투명하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오늘도 감사하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