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겠다는 약속
자기 파괴적인 몸부림에도
그것을 지켜내겠다는 하나의 빛처럼
단지 손가락 두 마디가 잘려나가고
마치 화살촉이 옆통수를 찌르는 듯하여도
한겨울 구덩이 한쪽 모로 누워 웅크리고 있는
새의 슬픔만 할까
작별하지 않겠다는 약속
자기 구원적인 몸서리에
그것만은 지켜야 한다는 처절한 운명처럼
오늘 하룻밤만은 그 약속
차디찬 실톱에 떠넘기고
차가운 알몸으로 도망쳐 내달려보지만
나는 또 제자리 거대한 새 그림자 되어
작별하지 못한다
타들어가는 허깨비가 되어서도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