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고
꿈을 꾼 것뿐인데
피가 흥건한 몸둥아리를 삼킨 것뿐인데
나를 물었던 그것을 내가 다시 물었던 것뿐인데
꿈이었어
꿈일 수밖에 없는데
삼켜진 그것이 내 안에서 다시 나를 삼키고 있는 것뿐인데
더 이상 피 흘리고 싶지 않은 것뿐인데
다시 태어나려는 것뿐인데
정말 꿈이었을까
이토록 선명한 것이
죽도록 살고 싶은 것이
숲 한가운데 하늘 향해 나를 뻗어 열고
햇살 아래 대지 깊이 나를 뿌리내리며
다시 태어나길 다시 숨 쉴 수 있길
피 흘리지 않길
삼켜지지 않길
바라는 것뿐인데
한강 ‘채식주의자’를 읽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