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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절에가다 Dec 09. 2024

바라는 것뿐인데

꿈을 꿨다고

꿈을 꾼 것뿐인데

피가 흥건한 몸둥아리를 삼킨 것뿐인데

나를 물었던 그것을 내가 다시 물었던 것뿐인데


꿈이었어

꿈일 수밖에 없는데

삼켜진 그것이 내 안에서 다시 나를 삼키고 있는 것뿐인데

더 이상 피 흘리고 싶지 않은 것뿐인데

다시 태어나려는 것뿐인데


정말 꿈이었을까

이토록 선명한 것이

죽도록 살고 싶은 것이

숲 한가운데 하늘 향해 나를 뻗어 열고

햇살 아래 대지 깊이 나를 뿌리내리며

다시 태어나길 다시 숨 쉴 수 있길

피 흘리지 않길

삼켜지지 않길

바라는 것뿐인데



한강 ‘채식주의자’를 읽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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