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약

by 소피아절에가다

피가 흥건하다.

어디서 왔나

가만 봤더니, 너였구나.


정녕 너인거니.

그리 수줍게 오므려

악착같이 숨어 있더니.


뭉쳐지고 짓이겨진 잎들,

스스로 숨통을 조이며

견디고 또 견디고.


어느덧 벌어진 틈새로

누런 눈알을 드러낸다.

순간을 담고자. 순간을 살고자.


하지만 곧

후두둑, 뚝뚝

후두둑, 후두둑


어느새 흥건해진다.

더이상 숨을 필요도

숨통을 조일 필요도 없다.


그곳이 어디든

그곳이 있다면,

편안히 누리렴.

그리고 평안히 쉬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