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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절에가다 Nov 30. 2023

<취향 존중 육아>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 볼까요?

서로의 취향을 응원하는 그날까지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려 노력합니다.

아이의 취향을 함께하려 노력합니다.

아이의 취향이 아이의 이상향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 취향을 존중하는 소소한 팁을 전하고자 합니다.


1. 아이의 오늘을 관찰한다:

식사 시간 혹은 잠자기 직전 대화하며...


생각해 보면, 아이와 함께 있는 순간이 꽤 많아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아이와 함께하는 식사시간 혹은 아이가 잠들기 전, 아이와 나누는 대화에서 아이의 오늘이 잘 저는 잘 그려지더라고요.

저는 아들을 키우고 있어서(^^;;) 식사시간 혹은 자기 직전, 즉 아이가 가만히 있는 시간에 슬쩍 대화를 시도하는데요. 특히 잠들기 전 불을 끄고 나누는 대화에서 아이에 대해 잘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잠자리에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줬었는데요, 요즘은 10분 15분 정도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스르륵 잠에 든답니다. 그 짧은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잠에 빠지기 직전 수면 상태에서 아이는 속 얘기를 많이 꺼내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친구들이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들, 요즘 보고 있는 만화책에 대한 이야기들, 요즘 흠뻑 빠져 있는 것들에 대해...

아이가 꼬꼬마시절에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시종일관 따라다닐 수밖에 없죠. 아이의 시선을 줄곧 따라다니게 되면 아이의 오늘이 쉽게 관찰이 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어려워지더라고요…

식사 시간이나 잠자기 전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 아이가 요즘 어떤 걸 흥미 있어하는지 잘 관찰할 수 있더라고요. 여기서 꿀팁은 꼭 귀만 열고 계셔야 해요. 되도록 “응, 그랬구나.. 진짜? 정말? 그랬겠다.. 괜찮았어?” 혹은 “아.. 아.. 응.. 응.. 우리 딸, 우리 아들 최고네..” 정도만 대답해 주시면 돼요.

여기서 훈육은 절대 노노.

하루 10분의 잠자리 대화 혹은 식사 시간의 대화가 모이면 아이를 잘 알게 되고 서로의 추억으로 쌓이게 된답니다.



2. 아이의 요즘 취향을 살펴본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동안...


대화를 나누면 서로를 알게 되죠.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처럼요. 하지만 아이와는 항상 짝사랑일 경우가 많네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짝사랑.

아이를 알기 위해 아이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저는 아이와 대화를 자주 나누려고 합니다.

요즘은 글을 쓰느라(^^;;) 평소 아이와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아이의 활동 반경이 넓어졌기도 하고요.

집에서 함께 머무는 시간에는 각자의 할 일을 하면서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 맘껏 놀면서 아이의 취향이 잘 드러나는 것 같은데요. 제가 읽고 쓰는 동안, 아이는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더라고요.

요즘은 삼국지 만화책에 빠져서 뒹굴거리며 보고 있기도 하고, 3년간 손도 대지 않던 피아노 앞에 앉아 있기도 하네요. 유튜브로 피아노 연주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곧 나올 영화 '노량해전' 예고편도 보기도 하고요...

아이의 빈둥거리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팁이면 팁인 것 같네요.

저희 아이는 하교 후 운동 아니면 모두 노는 시간이라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아요. 그 시간 충분히 빈둥거리게 하니 아이의 취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인데요. 빈둥거리는 시간이 또래에 비해 많은 것 같아요. 아이의 그 시간을 존중하기 위해 (사실, 아이의 빈둥거림을 내버려 두기 위해) 저도 제 취향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서로의 취향을 빈둥거리는 시간에 만들어가는 거죠. 아이도 부모도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고, 각자의 취향을 만들고, 서로의 취향을 응원하는 삶을 사는 거죠.

요즘 아이들 워낙 바쁘니, 평일이 어려우면 주말 이틀 동안 내내 가족 모두 실컷 빈둥거려 볼까요?

따로 또 함께 빈둥거리다 잠깐 만나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고 다시 떨어져 시간을 보내고…



3. 아이의 취향을 함께 즐겨본다:

아이를 이해할 수 있기도, 가족의 추억이 되기도...


만약 아이가 게임을 즐겨한다, 그러면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을 함께 부모님과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얼마 전 아이가 방과 후 컴퓨터 시간에 친구들과 마리오 게임을 했다고 집에서도 해보겠다고 했어요.

그날이 다행히 금요일이라 저는 주말에 하자고 미뤘죠. (아이는 아직 휴대폰이 없어요..) 주말이 되고 아이는 할 일을 마친 뒤, 미뤘던 마리오 게임을 하겠다고 했죠.

뭐든 저희 집은 20분 규칙이 있어요.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야구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도 하루 20분 보기도 했고 (지금은 다행히 시즌오프), 어릴 때 했던 온라인 수학 게임도 20분으로 정해두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이는 마리오 게임을 20분 하게 되었죠 (이제 주말마다 게임을 하겠다고 협상을 할 것 같네요). 그러다 아이는 저에게 그 게임을 해보라고 하더군요. 어릴 적 제 남동생과 조이스틱 게임을 한 걸 아이에게 자주 얘기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변이 생겼네요. 제가 아이만큼 레벨이 올라간 거죠. 아이는 놀라며 엄지 척을 해주더라고요.

사실 아이가 보는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게임을 했었어요. 오랜만에 해보는 게임이 재밌기도 했지만, 아이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이후 아이는 '우리 엄마 게임 짱'이라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다네요.(^^;;)

게임이 취향이 아니시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다른 걸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아들만 하나라 아이 덕분에 전보다 많이 활동적이게 되었네요. 2년 가까이 같이 탁구 레슨을 받아오고 있고, 아이가 좋아하는 전쟁 영화(명량, 한산, 남한산성, 안시성 등)를 같이 반복해서 보기도 합니다.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저를 위한 일이 되기도 했답니다. 같이 탁구 시합이란 것도 나가보고, 우리나라 역사를 깊이 알게 되기도 하고요.

아이의 취향을 존중하니 저의 삶도 이전과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4. 아이가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쳐 쓰러질 때까지 실컷 하게 두기


저희 아이가 7살 때부터 이순신 장군님을 추앙하고 있으니 벌써 4년이 되었군요. 지금은 한창 이순신 장군님에 빠져 있을 때보다는 좀 덜해졌네요. 취향이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이순신 장군님을 한창 추앙할 때는 눈떠서 잘 때까지 전쟁 중이었던 것 같네요. 온통 방이 전쟁터로 변해 블럭이 포탄이 되고 장난감들이 선체가 되어 시종일관 임진왜란 중이었어요. 혼자 그렇게 시끄럽게 놀다가 문득 조용해지는 때가 와요. 그럼 침대 위에 지쳐 쓰러져 있다 굴러다니는 이순신 장군님 책(죄다 만화책)을 집어 보더라고요. 그러다 다시 전쟁을 시작하고 또다시 조용해지고를 반복해요. 잠시 들어가 보면 아이는 전쟁 중이니 방해하지 말라고도 하고요. 그럴 때는 조용히 전쟁터를 빠져나와요. 놀이 상대로 엄마를 찾지 않으니 다행이라 여기며 나오죠 (외동이라 어릴 때부터 각종 역할은 모조리하며 놀았어요…). 시답잖은 놀이를 하고 있는 듯 보여도 아이는 몰입하고 있는 거였어요. 상상의 나래를 펴며 전쟁을 치러내고 있는 거죠. 전쟁 영화 한 편을 찍고 있는 듯 얼마나 치열한지요.

물론 하루종일 정말 전쟁만 치르고 있으면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오죠. 엄마의 불안함이라고 할까요. 시간을 이렇게 보내도 되나, 다른 친구들은 학원가 있는 시간에 너는 이렇게.. 등등 또래와 비교에서 비롯되는 불안이 잠식하죠. 그럼에도 아이가 좋아하는 걸 막고 싶지는 않았어요. 막아 세우고 뭐 어떤 걸 하라고 시키겠어요. 머릿속은 온통 전쟁 중일 텐데요. 생각까지 막을 순 없잖아요. 생각은 자유인데. 인간이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래서 실컷 하게 뒀어요. 그럼 지쳐 다른 생각을 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지금도 가끔 ‘전쟁놀이 좀 할게’ 라며 방에 들어가요. 일종의 운동 같이 에너지를 쏟고 나면 잠잠해지고 그제야 가만히 앉아 뭐든 눈에 담더라고요. 역사를 역사답게 가르치는 황현필 선생님의 강의도 찾아보고요. 이순신 장군님을 추앙하다 황현필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고, 쓰신 ‘이순신의 바다’를 보고 또 보고 할 수 있었답니다.

아이의 취향을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은 쉽지만  어려운 ‘실컷 하게 두기’입니다. 물론 뇌성장을 방해하는 각종 디지털 게임은 시간제한을 둬야겠지만, 아날로그 전쟁놀이는 실컷 둬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경험상(^^;;) 그러다 또 다른 취향이 생기기도 하고, 그것에 흠뻑 빠져있기도 하고 다시 또 다른 취향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다 본인의 정체성을 진하게 만들어가지 않을까요. 아이의 취향을 모든 부모님들이 존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취향이 아이의 이상향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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