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지 없는 감자탕은 감자탕이 아니다

단골집을 잃어 슬픔

by 민주

나는 감자탕을 아주 좋아한다. 우리 가족이 감자탕을 워낙 즐겨 먹어서 저녁 외식 메뉴로 자주 찾았다. 이사를 갈 때마다 감자탕 단골집을 만들 정도였다.


나는 뼈를 뜯는 걸 좋아해서 감자탕을 더 좋아한다. 뼈 사이를 파고들며 고기를 발굴하는 쾌감은 정말 최고다. 감자탕에 수제비 사리, 라면 사리를 넣어 먹는 것도 좋아하고, 밥에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을 적셔 먹는 것도 감자탕의 매력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감자탕이었는데 아이를 출산한 이후로는 한동안 먹지 못했다. 아이를 돌보는 와중에 양손가락에 양념을 묻혀가며 고기를 뜯는 여유는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직 후 동기들과의 환영 회식에서 내가 고른 메뉴는 감자탕이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나의 주도 하에 점심 외식 메뉴로 늘 뼈해장국집을 찾았다. 특히 단골 식당이 있었는데, 패스트푸드급의 빠른 회전율과 자극적인 맛이 우리의 발걸음을 계속 이끌었다.

그러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회사 근처의 단골 감자탕집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상호가 변경된 감자탕집이 새로 오픈한다는 소식에 마음을 놓았다.


어느 날, 홀로 늦게까지 남아 야근을 하던 날이었다. 허기진 배를 채울 음식으로 역시 뼈감자탕을 떠올렸고, 새로 생긴 그곳으로 향했다.


시끌벅적한 소리 속에서 혼자 테이블에 앉은 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메뉴를 펼쳤다. 그런데 메뉴 설명 첫 줄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거지가 없습니다.”


아니, 우거지 내장탕은 팔면서 왜 뼈해장국에는 우거지가 없단 말인가. 재료 수급이 된다면 넣어주면 얼마나 좋은가. 심지어 옵션 선택지도 없다. 사람들이 많이 물어봤는지, 아예 첫 줄에 못을 박아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우거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감자탕을 먹는 이유의 7할이 우거지다. 자르지 않은 우거지를 한입 가득 넣어 씹을 때의 식감, 입안 가득 번지는 양념. 나에게는 그 모든 것이 감자탕의 숨은 백미였다.

(오죽하면 친정집 앞에 줄 서서 먹는 감자탕집이 있는데, 그곳도 우거지가 아니라 깻잎만 들어가서 나는 절대 가지 않는다.)


결국 나는 허탈함을 안은 채 식당 문을 나섰다. 우거지가 없는 감자탕이라니. 너무 속상한 마음에 다음 날 동기들과 선배들에게 한참을 하소연했다.


원래도 내가 우거지를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정확히는 감자탕 속 우거지다), 이렇게까지 열변을 토하는 나를 보며 스스로도 놀랐다. 내가 이토록 우거지를 좋아했구나.

사라지고 나서야 깨닫는 마음이라니.

(사실 사라진 건 아니다. 우거지 감자탕집은 세상에 여전히 많다.)


결론은 하나다.

우거지 없는 감자탕은 감자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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