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가 등이고, 어디부터가 허리일까

익숙했던 몸이 낯설어지는 순간들

by 민주

필라테스 수업을 듣다 보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내 온몸으로 ‘청기백기’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점이다. 선생님의 지시에 맞추어 팔을 뻗고, 다리를 펴고, 숨을 쉬고, 허리를 세우고… 그냥 한 동작일 뿐인데도 선생님은 쉴 새 없이 고칠 점을 말씀하신다. 나는 그 말에 맞추어 내 몸을 움직이는데, 때로는 이게 맞나 싶은 순간이 있다.


특히 센터를 맞추라고 할 때 도무지 거울 속 나는 정가운데에 있지만 선생님은 아주 조금씩 왼쪽, 오른쪽으로 움직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나는 그럴 때마다 파워포인트의 눈금선처럼 가상의 선이 눈앞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내 눈이 중앙이 아닌 건지, 도무지 내 몸이 중앙에 있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지난 수업에는 바렐 위에서 바를 높이 들어 내 몸을 컨트롤하는 동작을 했다. 그냥 두 팔을 위로 번쩍 드는 것이라면 어렵진 않지만 호흡과 오리 엉덩이가 추가되면 난이도는 급상승된다. 특히 오리 엉덩이를 하며 엉덩이를 든 상태로 갈비뼈를 조이는 동작은 정말 신경 쓰지 않으면 쉽지 않았다.


호흡만으로 갈비뼈를 조이기 어려워 내 상체가 움츠러들면 다른 자세는 다 흐트러진다. 하나는 유지한 채로 다른 근육을 움직이는 건 처음도 지금도 정말 어렵다.


등은 밀어내고, 허리는 끌어당기고, 엉덩이는 들어 올린 상태의 조합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해도 안 된다. (다음 수업 시간에 다시 배워야 한다.)


보통은 등허리라고 표현하며 등과 허리를 하나의 세트로 생각했는데, 이 끈끈한 둘 사이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어디까지가 등이고 어디부터가 허리인지, 그 경계를 정확히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 당연한 상식 같은 정보를 선생님께서 알려주실 때면 나는 내 몸에 대해 정말 모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내 몸속에 온갖 근육의 이름을 다 아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당연할 수도 있는 인체 구석구석의 이름을 아는 게 재미있다. 마치 나와 가까워진다랄까.


사실 살면서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를 어떻게 컨트롤할지 깊이 생각할 일은 없다. 그냥 당연히 걷고, 뛰고, 팔을 들고, 손을 쓰는 것뿐이다. 하지만 필라테스 시간에서만큼은 내 몸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며 데면데면했던 나의 근육과 신체 부위와 비로소 인사를 나누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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