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환대가 머무는 구의동 브런치 맛집 스킵(SKIPPP)
서울대학교 미술관 옆, 버스 정류장에 내려 경영대로 올라가는 계단길을 기억한다. 그 길목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다. 그곳의 사장님은 늘 햇살 같은 미소로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안개처럼 깔려 있던 학생 시절, 내가 등교하며 굳이 그곳에 들렀던 건 커피 한 잔이 아니라, 엄마같은 사장님이 건네는 다정한 응원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카페를 사랑하는 두 가지의 결
내가 카페라는 공간을 사랑하는 기준은 명확하다. 첫째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이고, 둘째는 그곳을 지키는 사람이 내뿜는 기분 좋은 에너지다.
최근 철원에서 들른 어느 카페에서는 그 기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주문한 커피는 정확히 내 손에 쥐어졌고, 공간은 내가 좋아하는 따뜻한 우드톤이라 마음에 들었지만, 머무는 내내 왠지 모를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사장님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사무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손님과 거의 교류하지 않았다. 나는 카페에 갈 때 그곳을 일군 사람의 취향에 '초대'받아 놀러 가는 기분을 즐기곤 하는데, 그곳은 '초대'가 빠져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환대란 상대방의 상황을 예민하게 읽어내는 다정한 감각에서 시작된다. 처음 오는 손님에게는 적당한 거리를 둔 예의를, 단골에게는 오랜 친구 같은 친근함을 건네는 것. 그것이 공간이 손님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다정함이다.
카메라를 변기에 빠뜨려도 웃을 수 있는 마음
구의동의 한적한 골목, 동네의 느긋한 일상을 닮은 카페 '스킵(Skip)'에는 나의 대학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사장님이 있다. 대학 시절부터 통통 튀는 에너지로 주변을 물들이던 그녀는 어느 날 돌연 스페인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나라면 유학을 계획할 때부터 전 세계 요리학교 리스트를 수소문하며 수만 가지 걱정에 밤을 지새웠겠지만, 그녀는 과감했다. 대학교 1학년 때 함께 떠난 일본 여행에서도 그녀의 성격은 빛이 났다. 실수로 카메라를 변기에 빠뜨렸던 황당한 순간에도 친구는 상심하는 대신 덤덤하게 말했다.
"잘 말려보고 안 되면 새로 사지 뭐. 여행을 망치는 것보다 그게 훨씬 낫잖아."
자신의 기분을 스스로 가꿀 줄 알고, 그 슬픔이 타인이나 현재의 즐거움을 침범하지 않게 방어선을 칠 줄 아는 능력. 돈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재능. 하지만 이 친구의 진짜 재능은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상대방의 기분까지 세심히 보듬어 기분 좋게 물들이는 그 다정한 감각에 있다. 그 단단한 다정함이 모여 지금의 '스킵'을 만들었을 것이다.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더 많은 마음을 품게 된 공간
내 친구는 스페인 바스크 지역과 바르셀로나에서 요리와 디저트를 공부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으며 자신의 공간을 꿈꾸던 친구는 2024년, 구의동의 한 골목에 작은 브런치 카페 '스킵'의 문을 열었다.
작은 공간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사람들의 단단한 사랑을 바탕으로, 스킵은 작년 더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이사하며 '시즌 2'를 맞이했다(새로운 공간 계약도 어찌나 과감하게 해버리던지, 내가 흡수하고 싶은 면이 참 많은 친구다). 공간은 커졌지만, 그 안에 흐르는 온기는 변함이 없다.
스페인에서 직접 체득한 요리 지식을 기반으로 한 브런치는 기존 카페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다.
일상에서 '스킵'할 수 없는 환대
친구 공간에는 맛있는 음식은 기본이고 '다정함의 설계'가 곳곳에 숨어 있다.
방명록: 손님들의 이야기가 머물다 가는 자리이자, 이곳이 건넨 환대의 기록이다.
느슨한 연결: 스킵이 위치한 구의동은 1인 가구도 많은데,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적당한 온도의 교류를 지향한다.
귀여운 이벤트: 손님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주기 위해 자주 기획하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는 '스킵'의 환대를 더 기분 좋게 만든다. 계절에 맞춘 선물이나 깜짝 이벤트는 손님의 하루를 한층 더 특별하게 물들인다. 나는 스킵을 자주 가지 못해도 올라오는 이벤트를 보면 어찌나 귀엽고 기발한지 스킵의 모든 것이 참 친구같다.
따뜻한 매장의 분위기: 애정을 가득 담은 공간이라는 게 곳곳에서 느껴져서 여유시간을 편안하고 느긋하게 즐기기 좋다.
사장님 미모: 무엇보다 사장님이 아름답다. 우리가 처음 만난 입학 전 예비대학 시절, 동기들이 그녀를 보고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밝고 아름다운 에너지는 공간 전체를 환하게 밝힌다.
사장님인 내 친구는 매장을 찾는 이들에게 갓 나온 따뜻한 음식을 즐기며 편안히 쉬어가기를 권한다. 또 고객이 어떤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든 그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깔려 있다.
상황을 잘 파악한 섬세한 환대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참 드물다. 나는 공간을 지키는 친구를 보며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법을 다시 배운다. 내가 가본 가장 따뜻한 공간 '스킵'은, 사실 공간보다 더 따뜻한 사람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혹시 마음이 조금 시리다면 구의동의 '스킵'을 방문해서 내가 느낀 기분좋음을 느껴보길 바란다. 따뜻한 다정함과 정성가득한 맛있는 음식이 반겨주는 곳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정말로 '스킵'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쩌면 나를 환대해 주는 이의 그 다정한 눈빛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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