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화가 궁금할 때 읽기 좋은 책, 『이탈리아의 사생활』
3월 말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제목에 먼저 눈이 갔다. 그렇게 집어 든 책이 바로 『이탈리아의 사생활』이다.
이 책은 <비정상회담>으로 익숙한 알베르토 몬디가 이탈리아를 소개하기 위해 쓴 책이다. 여행을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책 속의 사소한 장면들까지 더 흥미롭게 읽혔다. 이번 글은 책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그리고 유독 기억에 남은 이탈리아의 생활 방식들을 기록해보려 한다.
이탈리아는 가정이든 식당이든 개인 접시가 기본이다. 메인 요리를 테이블 가운데에 놓고 나눠 먹는 일은 없다.
그날 산 빵은 그날만 먹는다. 일요일에는 빵집이 문을 닫으니까 토요일에만 예외적으로 '유통기한 이틀짜리'빵을 판다. 이를 '파네 도메니칼레(Pane Domenicale)'라 부른다.
식후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카푸치노는 아침에 마신다. 우유가 들어간 커피는 '아침용'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성당이 가장 보편적인 결혼식 장소다. 식이 끝나고 하객들은 레스토랑으로 모두 이동하고, 거기서 밤까지 계속 먹고, 춤추고, 노래한다. 하루 종일 하니까 날씨가 매우 중요하고, 겨울에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이탈리에에는 '저녁 먹기 전 시간', '아페리티보(Aperitivo)'가 따로 있다. 식전주를 먹는 시간인데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입맛을 돋우기 위해 술을 한잔 마신다. 6시쯤 만나 술을 한잔하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다 각자 밥 먹으로 집에 간다. 지역마다 유행하는 식전주가 있다. 아페리티보는 술값만 내면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과자나 땅콩 등이 무료다.
이탈리아에는 해장으로 빵을 먹는다. 물론 한국의 해장과 개념이 다르다. 만취하지 않으니 속이 안 좋은 상태는 아니고, 그냥 허기를 달래는 의미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다. 그래서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한자리에서 술의 종류를 통일해서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에서는 한 자리에서 취향에 따라 대여섯 가지 술이 나올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맨 마지막 순서로 '디제스티보(Digestivo)'가 나온다. 주로 40도 이상의 독한 술로 소화제 술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아페리티보가 '아페리체나'로 진화했다고 한다. 일정 금액을 내면 칵테일 한 잔과 함께 파스타, 샐러드, 피자 등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바라고 한다. 대도시에서는 저녁 식사 대신 이 아페리체나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젊은 층이 많다. 아페롤 스프리츠(Aperol Spritz)는 압도적인 국민 식전주이다. 특히 소렌토는 레몬의 본고장인데 식후 소화제로 나오는 Limoncello가 유명하다.
이탈리아의 의무교육과정은 초등학교 5년 + 중학교 3년 + 고등학교 5년으로 이뤄지고, 모두 유급제도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아주 많은 부분을 학생 자율에 맡기되, 스스로 결과에 책임을 지지 못하면 상위 학년에 진급할 수 없다.
이탈리아는 초중고 모두 오전 8시에 수업을 시작해 오후 12~1시면 끝난다.
고등학교는 3년제 직업고등학교/5년제 기술고등학교/한국의 인문계 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리체오(Liceo)가 있다.
학교별로 인기 있는 학과는 있지만 '명문대'라는 개념은 없다.
이탈리아 수능은 대입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다. 6월 중순에서 7월 초반 사이에 치러진다. 기준 점수에 미달하면 한 학년을 다시 다녀야 한다. 대학은 어렵지 않게 원하는 곳에 진학할 수 있다.
이탈리아 수능은 사흘에 걸쳐 세 종류의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이뤄진다. 면접시험에서는 수험생이 미리 제출한 논문을 한 시간 정도 발표하고 나면 면접관들이 이에 관해 질문을 던진다.
스포츠 중에서도 축구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열정은 엄청나다. 나폴리는 특히 축구에 대한 열정이 유별난 도시다. 나폴리 사람들은 축구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마라도나는 지금도 나폴리의 신이다.
이탈리아에서 축구만큼 인기 있는 스포츠가 모터사이클 경주와 F1이다. 이들이 인기있는 이유는 워낙 전통적인 이탈리아 브랜드가 많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대부분이 경제 관련 용어를 하나도 모를 정도로 지식 수준이 높지 않다. 하지만 지식 수준에 비해 교양 수준은 매우 높다.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덕분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정보'를 전달하는 책이나 자기계발서, 전문가 강연 프로그램은 정말 인기가 없다. 감정, 즐거움, 아름다움을 주는 소설이 인기가 많다.
읽고 나서 이탈리아는 ‘정답’보다 ‘맥락’의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설명이 완벽히 합리적이지 않아도, “좋은 것”, “아름다운 것”, “제철”, “동네의 방식” 이 의사결정을 이끈다. 어떤 현상의 이유를 물었을 때 “그게 더 맛있으니까”, “지금은 이게 시즌이니까”, “우리 동네는 원래 이렇게 하니까” 같은 답을 듣는 일이 흔한 곳이 이탈리아다.
우리나라 사람의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되는 장면도 그곳에서는 비효율이 아니라 무엇을 먼저 중요하게 두느냐의 차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번 여행에서도 바·시장·골목·저녁 시간을 오래 겪어보고 둘러보며 이탈리아의 삶의 방식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
10년 전 이탈리아를 다녀온 흔적도 다시 뒤져보는데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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