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후, 너에게 보내는 두 번째 편지
[난 아직 너무 힘들어!]
안녕?
잘 지내고 있니?
나는 너를 만난 지 아직 얼마 안 되었는데,
감당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1형 당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이렇게 심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
너를 만나기 전에는 세상에 1형 당뇨라는 병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
내가 직접 겪게 되니까 너무 서럽고 눈물이 나...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병이니까 그럴 수도 있어'라고 이해해보려 하다가도 이상한 이야기들을 들으면
화도 나고 참 속상하더라!
요즘, 내가 알던 내가 아닌 것 같아.
잘 있다가 한 번씩 멍해져서
몇 시간씩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기도 하고,
배꼽 빠지게 웃기는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러.
갑자기 화가 나기도 하고!
내 인생의 시계도 고장이 나고...
내 감정도 고장이 난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겠지?
인슐린 주사도 혈당체크도 아직은 너무 무서워.
채혈기에 일회용 채혈침을 넣고 버튼을
딸깍하고 누르면 스프링이 튕겨져서 피가 나오는데
손끝에 바늘이 꽂힐 때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어.
이제는 스프링 소리만 들어도 움찔한다니까...
말랑말랑 연했던 내 손 끝에는
새빨간 딸기씨가 콕콕 수십 개나 생겼어.
이 딸기씨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 단단한 굳은살이
생기겠지?
그러면 혈당체크를 할 때 덜 아플까...?
아, 참!
저번에는 어떤 간호사 쌤이 할머니들
혈당체크를 하고 채혈기의 강도를 5단계로
해놓은 걸 잊어버리셨나 봐.
가장 높은 5단계로 찔렸는데,
살이 아리다고 해야 할까?
너무 아프니까 '으악'소리도 안 나더라!
솔직히, 너무 아파서 그 간호사 쌤도 5단계로
찔러보라고 해보고 싶었어.
쌤이 일부로 그런 것도 아닌데 내가 이해해야겠지?
나는 하루에도 롤러코스터를 타는 혈당 때문에
너무 피곤해.
병원에서 책이라도 읽어야지, 공부라도 해야지!
하는데 몸이 따라와 주지 않아.
내년에 복학하려면 지금 이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안 되는데...
벌써부터 뒤쳐졌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불안해.
내 시간은 왜 벌써 멈춰버린 걸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이 힘든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어.
병원 창가에 웅크리고 앉아서 바라보는
저 멀리 공원의 밤은 참 여유롭고 행복해 보여.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운동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까지...
보고 있으면 내 시간만 멈춘 것 같아서
더 외롭고 슬퍼!
내 인생에서 너를 만나는 계획은 없었는데...
그래도 앞으로 살아가려면 이 외롭고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야겠지?
아직은 너의 응원이 부담스러워.
내 옆에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 말아 줘!
난 네가 부담스러워...!
다음 편지를 쓸 때쯤에는
너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
힘들겠지만 내 마음을 좀 더 열어볼게...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