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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pr 11. 2023

세상에서 가장 슬픈 생일!

[1형 당뇨, 발병 후 첫 생일]

1형 당뇨병과 함께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생일이 찾아왔다.

발병 후 맞이한 첫 생일!

작년까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은 것들이

이제는 하나씩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떤 음식을 얼마큼 먹어야 혈당이 덜 오를까?'

 이제 갓 진단받은 1형 당뇨 당린이에게 주어진

작은 저울과 기저, 초속 인슐린 그리고 하루 10회

이상 혈당 측정!


'이것만으로는 세상 수많은 음식들이 올리는

혈당을 알기에 턱 없이 부족해!' 


"쏘야야 생일 축하해~!"

이른 아침부터 많은 축하를 받고 있지만 마음은

슬픔에 가득 찼다.


'작년처럼 아무렇지 않게 케이크를 먹어도 되는

걸까?'

'친구들과 만나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인슐린 주사는 몇 단위를 더 맞아야 ?'

 이런저런 마음속 물음에 생일이 기쁘지 않았다.


 또다시 시작된 마음속 깊은 원망!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병이 생긴 거야!'


째깍째깍...


'벌써 중국어 학원에 갈 시간이네?'

갑자기 휴학을 하고 나서 무기력게 시간을

보내지 않으려고 시작중국어 회화.


'아... 오늘은 마음이 힘든데 학원에 가지 말까?'

'아니야... 힘들수록 더 가야지!'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중국어 학원에 갔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그냥 시내 구경하고 집으로 갈까...?'


"쭈니셩르 콰일러!" 중국어 회화 선생님과 같은 반 학생들이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선생님께서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네며 치즈케이크를 주셨다.


'그래, 힘들어도 학원에 오길 잘했어!'


작은 곰이 그려진 미니 치즈 케이크!

씨에씨에(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받아 든

치즈케이크를 품에 안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치즈케이크... 탄수화물 양은 얼마나 될까?' 

'혈당은 얼마나 올릴까?'

'얼마나 먹어야 적당할까...?'

'인슐린은 몇 단위를 맞아야 하는 걸까?'


발병 후에  마트에 가거나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영양성분표에 있는 탄수화물 양과  당류,

칼로리와 1회 제공량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애걔...?'

'1회 제공량이 겨우 이만큼이었어?'

'그런데 탄수화물이 이렇게 많이 들었다고...?'

'탄수화물에 당류가 포함되는 건가...?'


너를 만나기 전에 내가 아는 영양성분은 기술가정시간에 웠던 탄. 단. 지. 무. 비 5대 영양소뿐이었다. 너를 만나고 나는 이제 음식을 고를 때마다

당류의 양도 생각해야 한다.


중국어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니

어느덧 가족들이 모여 내 생일 파티를 시작했다.


"엄마! 케이크는 어디에 있어?"

"생일에 꼭 케이크를 먹어야 하니?"

"이제 단 음식은 안돼!"


엄마는 1형 당뇨에 대해 잘 모르셨다.

주위 사람들 말만 듣고 당뇨에는 단 음식은 절대

안된다고 집에 있는 모든 간식거리를 치워버리셨다.


'아니...'

'내가 몇 살인데 먹지 말라고 하면 안 먹나?'


"엄마, 잡채 만들어 준다면서요?"

"식탁에 잡채가 없는데요?"

"여기 있잖아, 여기!"

"세상에 당면이 안 들어간 잡채가 어디 있어요?"


'우리 집 식탁에 누가 38선을 그었나...?'

식탁 가운데에 있는 수저통을 중심으로 위, 아래로 다르게 놓여있는 음식들... 


'뭐야...! 저기 아래쪽에는 진짜 잡채가 있잖아?'

간장과 참기름으로 때깔 나는 옷을 입고 찰랑찰랑 윤기 나는 머리를 흔들며 손짓하는 당면이 더욱 야속하게 느껴졌다.


"쏘야야, 너는 식탁 위쪽에 있는 것만 먹어!"

"내 생일인데 왜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없어요?"

"치킨, 피자, 탕수육, 족발..."

"이게 다 누구를 위한 음식인데요?"

"우리도 먹고살아야지!"

"너는 당뇨가 있으니까 채소볶음이랑 비계 없는

고기달지 않은 음식만 먹어야 돼!"


하아...

"안 먹어, 안 먹는다고요!"


쾅쾅 쾅...!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염없이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슬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매년 생일이 이러면 어쩌지...?'


'나는 왜 태어났을까?...'


그동안 가족들에게 쌓인 상처와 오해들로 서러움이 더욱 커졌다.


한참을 울다 책상을 바라보니 중국어 학원에서

받아 온 치즈케이크가 보였다. 발병 후 처음 먹어보는 치즈케이크.


'혈당이 얼마나 올라갈지 모르니까...'

'딱 1회 제공량만 먹어보는 거야!'


[1회 제공량 1개(56g), 총 3회 제공량.

1회 제공량당 함량: 탄수화물 14g 열량 170kcal...(생략)]


'1회 제공량 얼마나 되는 걸까?'

'삼... 삼분의 일...?'

'이 작은 케이크 1회 제공량이 겨우 이만큼이야?' 


'그럼... 베지밀 A는 어떨까?'

마침,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베지밀 A가 보였다.


[1회 제공량 1팩(190ml), 열량 110kcal

탄수화물 8g , 당류 6g...(생략)] 


'아... 베지밀 A를 병원에서 당뇨식 간식으로

주는 이유가 있었구나...!'


너무 울어 빨갛게 상기된 뺨 위로 또다시 서러움이 가득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 마음은 이렇게 서럽고 슬픈데...'

'치즈케이크는 왜 이렇게 부드럽고 촉촉한 거야?'

'베지밀 A는 오늘따라 왜 이렇게 맛있는 건데!'


한 입 한 입 먹을 때마다 혀에 사르륵 녹아내리는 

치즈케이크가 우울했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스트레스에는 달콤한 음식이 최고지!'


'달달한 음식을 먹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네!'


'앞으로 매년마다 내 생일이 이러면 어쩌지...?'

'올해는 참 외롭고 슬픈 생일이었어...'


너를 만나고 처음 맞이한 생일!

나는 왜 태어났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거지...?

과거, 현재, 미래가 실타래처럼 뒤엉켜서

복잡한 마음으로 보냈던 생일.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지속형 인슐린

주사 후 1~2시간 후부터 작용, 최대 24시간까지 효과(최대 48시간 까지 가는 인슐린도 있음)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중 일정한 시각에 주사.

맑은 액체 형태.


지속형 인슐린의 종류: 

란투스, 투제오(사노피, 인슐린 글라진)

레버미어(노보노디스크, 인슐린 디터머)

트레시바(노보노디스크, 인슐린 데글루덱)

베이사글라(일라이릴리, 인슐린 글라진)


*투제오는 최대 36시간, 트레시바는 최대 48시간까지 지속


초속효성 인슐린

주사 후 5~15분 안에 작용하여 1~2시간 사이 정점을 찍고 4~5시간까지 효과. 인체에서 자연 분비되는 인슐린과 가장 비슷한 작용패턴을 갖고 있기에 피하주사와 함께 인슐린 펌프에도 사용되는 인슐린. 식사 직전 또는 직후에 주사하며 맑은 액체 형태이다.


초속효성 인슐린 종류: 

휴마로그, 룸제브(일라이릴리, 인슐린 라이스프로), 애피드라(사노피, 인슐린 글루리신),

노보래피드, 피아스프(노보노디스크, 인슐린 아스파트)


* 룸제브와 피아스프는 초초속효성 인슐린

(Ultra rapid acting insulin)


당류

과일(과당) , 우유(유당) , 채소, 곡류 등 천연식품에 든 천연당과 식품의 제조, 조리 도중 넣는 첨가당을 합한 용어.

당류는 탄수화물 중 단순당(포도당 ・ 과당 등

단당류와 설탕 등 이당류). 복합당(전분 등) ・ 올리고당은 당류에 포함되지 않음.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namu.wiki/w/%EC%9D%B8%EC%8A%90%EB%A6%B0#s-4.1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75XX844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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