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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pr 20. 2023

샐러드바에서 생긴 일!

[1형 당뇨, 발병 후 첫 외식]

너를 만나고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슬픈 생일을 보냈다.

나의 시간은 너를 만난 그 자리에 멈춰있고,

나만 빼고 바쁘게 돌아가는 것 같은 세상!


'친구들은 시험기간이니까 한창 바쁘겠지?'

'산더미 과제도 시험도 으니까...'

'나도 학교에 가고 싶다!'

텅 빈 문자메시지보니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띠리리리...


"여보세요?"

손안에 꼭 쥐고 있던 핸드폰이 드디어 울렸다.

10년 지기 죽마고우인 슬아에게 연락이 왔다.


"쏘야야, 며칠 전에  생일이었는데 내가 요새

시험기간이라..."

"생일 못 챙겨줘서 미안해!"

"쏘야야, 건강은 괜찮은 거지?"

"우리 이번 주말에 샐러드바 가서 네 생일파티

하는 거 어때?"

"그래, 좋아!"


'샐러드바...'

'1형 당뇨가 생기고 나서 외식은 처음인데...'

'샐러드바에 가면 뭘 먹어야 하는 거지?'

'인슐린 주사는 얼마나 맞아야 하는 걸까?'


'아... 모르겠어!'

'뭐... 어떻게든 되겠지!'


'너를 만나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친구와 밥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없고...!'

불과 몇 달 사이에 달라진 일상에 차츰 적응이 되는 것 같다가도 다시 무너지기 일쑤다.


사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


드디어 주말이 돼서 슬아와 샐러드바에서 만났다.


"쏘야야, 오랜만이야!"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나야 뭐... 잘 지내고 있지."

힘들지만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오랜만에 슬아를 만났는데 좋은 이야기만 하자!'


"창가쪽자리, 성인 두 분 들어가실게요."


"슬아야, 잠깐만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고양이가 그려진 예쁜 인슐린 파우치를 들고 화장실 들어갔다.


'앞으로 밖에서 밥을 먹을 때마다 이렇게 화장실에서 인슐린을 맞아야 하는 건가...?'

'만약에... 양변기가 아니라 좌변기면 인슐린을

어떻게 맞아야 하는 거지...?'

너를 만나고부터 나는 걱정 인형이 되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끊임없이 걱정하게 되었다.


'아...! 내 정신 좀 봐!'

'빨리 인슐린 주사를 맞고 나가야겠다.'

'샐러드바에 왔으니까 애피드라 몇 단위 맞아야 하는 걸까?'

'여기는 영양 성분표 없어서 탄수화물, 당류 몇 그람이나 들었는지 모르는데...'

'집밥을 먹었을 때는 8 단위였으니까...'

'집보다는 인슐린이 많이 필요하겠지?'


드르륵...

'샐러드바니까 평소보다 인슐린이 2~3배는

필요하지 않을까...?'

당린이가 겁 없이 애피드라 다이얼을 24 단위나

돌렸다.


'별일이야 있겠어...?'


발병 후, 처음 가보는 샐러드바!

'이렇게 많은 음식 중에 어떤 것부터 먹어야

할까...?'

오랜만에 찾아온 행복한 고민에 어깨가 들썩였다.


'양송이 스프랑 샐러드부터 담고...'

'고기도 조금 담고...'

'...! 갑자기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거지?'

'온몸에 힘이 빠지...'

'빨리 자리로 돌아가서 혈당을 재봐야겠다.'


삐삐 삑...

'55...?'

'저혈당이잖아?'

'큰일 났네...!'

나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슬아에게 주스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한 컵, 두 컵 , 세 컵...

'휴... 드디어 혈당이 회복되었네!'

본격적으로 음식을 먹기 전에 주스로 배를 채워버렸다.


'아... 아직 연어도 먹어야 하고, 쌀국수도 먹어야 하고...'

'이비 립도 먹어야 하는데...'

'벌써 배가 부르네...!'


저혈당일 때 주스나 사탕을 먹으면 혈당은 금방

올라가지만 저혈당 후폭풍이 남아있어서 혈당이

올라간 후에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이제 몸도 다시 회복되었으니까 맛있게 먹어야지!'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데...'

'집에서 못 먹는 거 여기서 실컷 먹고 가야겠다!'


"쏘야야, 김쏘야!"

'누구지...? 여기에 슬아 말고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데...?'

"아악! 누... 누구세요?"

'모르는 사람이 헤드락을 걸진 않을 테고...'


"어쭈, 얘 좀 봐라!" 

"김쏘야! 너 언니도 못 알아보는 거야?"

"언니들이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기억도 못하 언니 많이 섭섭해!"


목소리를 들니 누구인지 알았다.

"아, 쌤! 사복 입으니까 쌤인  몰랐어요."

'10 병동 간호사 쌤들을 여기에서 만나다니...!'


"세상이 참 좁네, 좁아!"

"우리가 여기에서 쏘야를 만나다니...!"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 거리는 긴 머리와

하양, 분홍, 노랑, 파색깔의 스키니진을

입은 10 병동의 간호사 선생님들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쌤, 사복입은 모습이 이렇게 다르니까 제가 못 알아봤죠!"

"쌤들 간호사복 입고 머리망 하고 계실 때랑 지금 모습이랑 너무 다르잖아요."


"쏘야야, 너 인슐린 주사 잘 맞고 있지?"

"인슐린 주사 안 맞아서 원하면 언니들한테

혼난다!"

"야야, 저혈당 조심해야 하는 거 알지?"

"저혈당일 때 무설탕 사탕 먹지 말고...!"

"저혈당 쇼크 오면 진짜 위험하니까 조심해야 돼!"

"네..."

네네 대답은 열심히 하고 있지만

내 머릿속은 온통 먹을 것 생각뿐...


"영혼 없이 네네 대답만 하지 말고 언니들이 말한 거 잘 새겨들어!"


그렇게 10 병동 선생님들과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다시 샐러드바를 둘러보았다.


'그래... 치즈케이크도 담고, 티라미수랑 딸기케이크도 한 조각...'

'플레인 요거트에는 바삭바삭 토핑도 있어야지!'

'망고랑, 리치, 람부탄도 담고...'

'탱글탱글 사과젤리랑 녹차 아이스크림까지 먹어야 샐러드바의 완성이지!'


맛있게 먹고 나니 밀려드는 후회감...

'맛있게 먹었는데... 0칼로리가 아닌 것 같네...?'

머리와 적당히 타협하고 한 시간 을 걸어서

근처 버스정류장도착했다.


헉헉...

'이렇게 많이 걸었는데 혈당이 괜찮겠지...?'


집에 도착해서 혈당을 재보니 320

다음날 아침 공복혈당도 208

'밤새 추가 주사도 열심히 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혹시...

'음식마다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가 다른 건가?'

'식후 2시간 혈당만 중요한 게 아니었구나!'


'외식 한 번 하기 진짜 어렵다... 어려워!'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인슐린 주사 고수가 되면

혈당 걱정 없이 외식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저혈당 쇼크

혈액 속에 인슐린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서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 혼수상태에 빠지는 일.


저혈당 및 저혈당 쇼크증상

기운 없음, 몸의 떨림, 창백, 식은땀, 현기증, 흥분, 불안감, 가슴 두근거림, 공복감, 두통, 피로감 등. 저혈당증이 오래 지속되면 경련이나 발작이 있을 수 있고 쇼크 상태가 초래되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음. 기운이 없고 식은땀이 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혈당 측정이 가능하면 검사를 통해 확인한 후) 저혈당이 더 진행되기 전에 혈당을 올릴 수 있는

음식(주스, 사탕, 설탕 등)을 섭취해야 함.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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