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형 당뇨, 큰 병원에 다시 가야 할까?
[Big 5 병원 방문기 (上)]
1형 당뇨를 진단받고 수 없이 들었던 말!
"큰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때?"
"당뇨가 아닐 수도 있잖아...?"
결국 주위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서 큰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이 어렵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상담원 연결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통화량이 많아...(생략)
'병원을 예약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큰 병원은 전화상담 연결부터 문턱이 높았다.
열댓 번의 전화와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상담원과 연결이 되었다.
"내분비내과 가장 빠른 진료일로 예약해 주세요!"
"이미 3개월 뒤까지 진료예약이 꽉 차있어요."
"아... 마침 예약 취소하신 분이 계신데 거기로 넣어드릴게요."
"다음 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괜찮으신가요?"
"네..."
"진료 전에 공복채혈검사랑 식후 2시간 채혈검사가 있습니다."
"미리 오셔서 검사하셔야 진료 보실 수 있으세요."
겨우 진료예약을 마쳤다.
'그래... 다시 검사했는데 1형 당뇨가 아닐 수도 있잖아...?'
일주일 남짓의 시간 동안 희망고문이 시작되었다,
"김쏘야님, 검사결과가 잘못 나왔네요."
"당뇨병이 아니네요!"
"네...?"
"정말이에요?"
왈왈왈...
"병원에서 웬 멍멍이 소리가 들리는 거지..?"
쿵...
돌돌 말고 자던 이불속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침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하아...
'모든 게 꿈이었구나...!'
'일주일 사이에 이런 꿈만 벌써 몇 번째야...!'
희망고문의 날들이 지나고 드디어 큰 병원에 가는 날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한 병원.
의료인인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빅 파이브 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 다섯 곳을 부르는 말이야."
'빅 파이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도 아니고!'
빅 파이브 병원을 머릿속에 되뇌어보니 TV에서
자주 들어보던 병원 이름이었다.
'그래, 빅 파이브 병원 다 좋은데...'
'지하철로 환승을 몇 번이나 해야 되는 걸까?'
하나, 둘, 셋...
집에서 한 번에 가는 교통편이 없었다.
적어도 지하철을 4번이나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빅 파이브 병원 중 한 곳!
'서울이라면서...
병원까지 몇 시간이나 걸리는 거야?'
'일단 가보지 뭐...'
출근 시간 지옥철을 타고 환승을 하고 또 하고...
드디어 병원 근처 역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또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고...?'
동이 틀 무렵,
병원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이 사람들도 나처럼 병원에 가는 길이구나!'
커다란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할머니,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온 어린아이.
병원으로 출근하는 직원들까지...
셔틀버스에 몸을 구겨 넣어서 문 뒤에 겨우 탔다.
"잠시 후 우리 버스는 본관 앞에 도착합니다.
암병원으로 가실 분은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악!
탈때와 마찬가지로 내릴 때도 떠밀려서 내렸다,
아직, 진료받기도 전인데 벌써 진이 다 빠졌네...
우와...!
'이렇게 큰 병원은 처음 와보네!'
'접수는 어디서 해야 하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니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쭉 이어진 접수, 수납창구와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한참을 걸려 수납을 마치고 외래 채혈실로 갔다.
'병원이 너무 크니까 미로 안에 있는 것 같아!'
채혈실은 어디에 있는 거지...?
'나 김쏘야, 길치에 방향치인데...'
"저기요... 외래 채혈실이 어디에 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서 겨우 외래채혈실에
도착했다.
와...!
'아직 일곱 시 밖에 안되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수가 있나?'
'전국에서 아픈 사람들이 다 여기로 와서 그런가?'
띵동...
1분에 한 번씩 바뀌는 전광판 숫자!
'피를 일 분에 한 명씩 뽑는 게 가능한 걸까...?'
갓 시골에서 상경한 소녀처럼 처음 가본 빅 파이브 병원이 너무 신기해서 두리번거렸다.
병원 곳곳을 둘러보다 보니 어느새 진료시간이
되었다.
"김쏘야님, 1번 방 앞에 앉아서 기다리실게요."
'드디어 다음 차례네!'
'오래 기다렸는데... 교수님은 어떤 분이실까?'
잔뜩 기대감을 안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김쏘야님, 공복혈당이 170, 식후 2시간 혈당은 230이네요."
"당화혈색소도 8%이고...
혈당관리를 전혀 안 하시나 보네요."
"아니... 그게 아닌데..."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끼고 검사결과를 말씀하시는 교수님을 보니
너무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잊어버렸다.
"김쏘야님, 항체검사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오고요. 24시간 소변검사 해볼게요."
"자세한 내용은 나가서 담당 간호사에게 들으세요."
나와서 시계를 보니 3분이 지나가 있었다.
'아니... 내가 고작 3분 진료를 보려고
새벽부터 이 고생을 하면서 여기까지 온 거야?'
고생해서 왔는데 3분 진료라니 너무 허무하고
허탈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김쏘야님, 24시간 소변검사 설명해 드릴게요.
"다음 주에 외래 오시기 전날 미리 모아서 가져오셔야 해요."
"24시간 소변 검사요?"
"하루 동안 소변을 모아서 가져오라고요...?"
다음 주 수요일 이 시간에 괜찮으신가요?
"네..."
'하아... 다음 주에 소변백을 들고 네 번이나 환승해서 여기까지 또 와야 한다고?'
'아... 너무 힘들다.'
'병원이 조금만 더 가까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빅 파이브 병원이 괜히 빅 파이브 병원이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