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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May 04. 2023

 24시간 소변검사와 씨펩타이드

[Big 5 병원 방문기 (中)]

빅 파이브 병원에 다녀온 지 어느덧 6일이 되었다.

'아...'

'내일이 벌써 병원에 가야 하는 날이네?'

그동안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24시간 소변검사가 생각났다.


'그때 간호사 선생님이 뭐라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웅성웅성 많은 사람들 소리에 묻혀서 설명을 들었더니 사 방법이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소변을 어디에 모아 오라고 했더라...?'


화장실 한 구석을 보니 소변을 모을 지퍼백과

초록색 간이용 소변기가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아... 이걸 어쩌지?'

다행히 소변백을 담아 온 봉투에서 꾸깃꾸깃 접혀있는  내문을 았다.


'휴... 다행이야!'


[24시간 소변 검사 안내문]

1. 소변을 모으기 시작하는 시각의 첫 소변은 버리십시오.

2. 버린 이후의 소변부터 봉투에 모으시고 방부제를 부어 넣으십시오. 

※방부제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3. 24시간이 되는 마지막 소변까지 모으십시오.

4. 모은 소변은 혈실에 제출하십시오.

※ 소변이 쏟아지거나 새는 경우 검사가 불가능

하오니 주의해 주십시오.


'아... 첫 소변은 버리고...'

'방부제...?'

'소변에 방부제를 넣으라고?'

'방부제를 왜 넣어야 하는 걸까...?'


소변백 안에 들어 있는 방부제를 찾았다.

실험실에서 쓸법한 기다란 유리병에 방부제가 들어있었다.

'고체 형태인 방부제는 많이 봤는데...'

'이렇게 액체 형태로 된 방부제는 처음 보네!'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소변줄은 꽂아봤는데...'

24시간 동안 소변을 모으는 건 처음이야!


'이 검사는 왜 하는 걸까...?'

'병원에 가면 알려주겠지!'


그렇게 꼬박 하루동안 열심히 소변을 모았다.


다음날 다시 반복되는 지난주의 악몽!

오늘도 출근길 지하철은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빽빽다. 다가 무거운 소변백까지

고 가려니 팔이 끊어질 것 같았다.


'어어...! 밀지 마세요.'

'이거 터지면 정말 큰일 나요!'

'오줌이라고요. 오! 줌!'

네 번의 지하철 환승과 병원 셔틀버스에 끼여서

드디어 병원에 도착했다.


'아... 너무 힘들어!'

'병고치러 왔다가 병 더 걸릴 것 같아!'


'채혈실이 어디 있더라...?'

지난주에 왔던 길인데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길치에 방향치인데...

이 정도는 새로운 일도 아니지.'


몇 시간 동안

고이 품고 왔던 소변백을 채혈실에 제출했다.


'오늘의 임무 완수!'


'아... 너무 피곤해!'

'의자에 앉아서 좀 쉬어야지.'

아직 진료를 보기 전인데 이미 하루를 마친 듯한

피곤함이 몰려왔다.


병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로 졸음을 달랬다.

"저기요... 여기서 주무시면 안 돼요."

"네...?"

너무 졸려서 커피를 마시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하아...'

'김쏘야, 너 왜 그러니...'


"김쏘야님, 키랑 체중이랑 혈압 좀 재고 오세요."

'좁은 지하철에서 어깨를 너무 접고 왔나?'

'그새 키가 1센티미터나 줄었네...!'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은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받으러 가는 학생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 걱정이 밀려온다.


"김쏘야님, 진료실로 들어가실게요."


"안... 안녕하세요."

교수님께 어색하게 인사를 드리고 의자에 앉았다.


"김쏘야님, 1형 당뇨가 맞네요."

"씨펩타이드 수치도 0.01이고..."

"소변 검사에서 나온 씨펩타이드도 측정불가네요."

"씨... 씨펩 그게 무슨 말이에요?"

"췌장에서 인슐린이 얼마나 나오고 있는지 주는 수치."

"씨펩타이드가 0.6 이하면 1형 당뇨로 진단되죠."


"지난주에 했 자가항체 검사도 모두 양성이에요."

"신장 수치, 콜레스테롤... 다 괜찮으니까 혈당관리 잘하세요."

"영양교육이랑 당뇨교육은 꼭 받고 가시고요."

"1형 당뇨는 혈당폭이 크니까 혈당체크도 자주 하세요!"

"인터넷 찾아보면 1형 당뇨 커뮤니티가 있으니까

거기 가입하셔서 다른 환자들이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보세요."


"검사결과지는 인쇄해 드릴 테니까 밖에서

받아 가세요."


'오늘은 별 기대 없이 왔는데, 교수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시네.'


검사결과지를 받는데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김쏘야님, 괜찮으세요?"

"아... 아니에요!"


눈물에 젖은 검사결과지를 들고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아... 빅 파이브 병원 검사결과도 1형 당뇨구나...'

잠시나마 품었던 오진이었으면 하는

물거품이 되다.


'그래, 아주 잠깐이었지만...

오진이라는 행복한 꿈을 꾸었으니 그거면 됐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물은 두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괜... 괜찮아...'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아...!'


다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정신 차려... 정신 차리자 김쏘야!'

'마음 굳게 먹고...'

'꿈이 사라진 것뿐이지 새로운 일도 아니잖아...!'


'영양교육이랑 당뇨교육을 받으라는데...'

'빅 파이브 병원은 교육이 다를까...?'


'여기서도 먹지 마라 먹지 마라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겠지?'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C-peptide (씨펩타이드)

아미노산이 2개 이상이 결합한 펩타이드 (peptide)의 일종. 췌장세포 분비과립에서 인슐린과 함께 분비되지만 혈중에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의 지표로 사용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한 1형 당뇨 기준

(1), (2) 동시만족야 함.

(1)

(다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

C-peptide 0.6ng/ml 이하

경구포도당섭취자극(또는 글루카곤 주사, 식사 후 ) 후 1.8ng/ml 이하

24시간 소변 씨펩타이드(C-peptide) 수치가

30ug/24hr 미만

최초 진단 시 당뇨병성케톤산증(DKA)의 병력

항글루타민산탈탄산효소항체(anti-GAD antibody) 등 췌도 또는 인슐린 등에 대한 자가항체 양성인 경우

(2)

● 인슐린 투여


*참고자료 및 자료출처


http://nm.amc.seoul.kr/asan/depts/nm/K/bbsDetail.do?menuId=920&contentId=112155


(1형 당뇨 관련 자가항체 편)

https://brunch.co.kr/@ssoyat1d/40


https://www.webmd.com/diabetes/what-is-c-peptide-t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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