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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Sep 12. 2022

1형 당뇨병, 네 잘못이 아니야!

[1형 당뇨와 자가항체]

"쏘야야, 교수님께서 특별 면담한다고

내분비내과 외래진료실로 내려오래."

담당 간호사 선생님의 한 마디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아... 교수님께서 어제 일 다 아셨는데,

 많이 혼나겠지?'

무실에 불려 가는 학생처럼 발걸음을 억지로 떼며 외래진료실 앞에 도착했다.


똑똑똑...

문을 열고 들어가서 어색한 미소로 교수님께 인사를 드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내가 너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

"쏘야야, 여기 앉아봐."

 "요즘 많이 힘들지?"

"1형 당뇨병에 걸린 것은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혼날까 봐 잔뜩 움츠린 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건네주신 교수님의 진심 어린 위로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교수님!"

"그러면, 제가 왜 1형 당뇨병에 걸린 거예요?"

"가족도 친척도 당뇨병이 있는 사람이 없어요!"

"1형 당뇨병을 진단할 때 여러 검사항목이 있지만

 이 병은 자가면역 질환도 관련이 있어."


"자가면역 질환요?"

"자가면역 질환이 무슨 말이에요?"

"자가면역 질환은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주어야 할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이야."

"제 몸의 면역세포가 제 몸을 공격한다고요?"

'야, 마! 나는 너의 적이 아니라고!'


"면역 세포가 온몸의 세포를 공격하면 루프스가

생기기도 하고... "

"특정 장기 또는 전신을 그때그때 선택적으로 침범하기도 하면 류머티즘 관절염이 생기기도 해."

"면역 세포가 췌장의 베타 세포를 공격하면

1형 당뇨병이 생기게 되는 거지."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어."

"어느 날, 갑자기 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처럼 찾아오는 병이지."


"여기 화면에 GAD라는 수치가 보이지?"

"포지티브(+), 네거티브(-)라고 쓰여있는데요?"

"양성이 좋은 거예요?"

"음성이 좋은 거예요?"

"음... 이건 음성일 땐 자가항체가 없다는 뜻이고"

"양성이면 자가항체가 있다는 뜻이야."

"자가항체가 양성이, 수치가 높네!" 


"1형 당뇨병을 진단할 때에는 네 종류의 당뇨 관련 항체검사 하는데."

"ICA, GAD, IA2, IAA 중 한 가지 이상 항체가 검출되면, 1형 당뇨로 확진할 수 있어."

'가드? 게드? 너무 어렵다.'

'어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교수님, 만약에 자가항체가 없어도 1형 당뇨병 

 수도 있어요?"

"그럼! 이 경우를 특발성 1형 당뇨병이라고 불러."

"자가항체가 음성이더라도 다른 원인에 의해

췌장의 베타(β) 세포가 파괴될 수 있어!"


"1형 당뇨병은 인슐린 주사가 필수적인 치료야." 

"1형 당뇨인에게 인슐린 주사는 물과 공기 같은 존재이지."

'1형 당뇨병 한 가지만 궁금했는데...'

'알면 알 수록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네!'


"쏘야야!"

"이제 1형 당뇨병이 어떤 병인지 알겠니?"

"이 병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병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말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넌 앞으로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

"그런 일에 자꾸 스트레스받다 보면 금방 지친다."


"1형 당뇨병에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질문하고..."

"또 궁금한 점이 있니?"


"교수님...!"

"사실, 앞으로 제가 잘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대학교도 졸업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유학도 가서 해외생활도 하고 싶고..."

"취업도 연애도 결혼도 모든 미래가 투명해요."


"하하하..."

"쏘야야, 웃어서 미안하다."

"그래, 충분히 그런 걱정 할 수 있지."

"너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 병과 함께 한 사람들도

대학도 졸업하고, 여행도 가고, 유학도 하고..."

"결혼해서 예쁜 아이를 낳은 사람들도 있어."


"1형 당뇨가 있다고 해서 못 하는 일은 없어!"

"마음 가짐이 중요한 거야."


"정말, 저도 그분들처럼 잘 살 수 있어요?"

"쏘야야!"

"네 전공이 무엇이니?"

"유아교육과인데요."

"흐음... 유아교육과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지는 않을게..."

"다만, 네 몸이 아주 많이 피곤해질 수도 있어."


곰돌이 교수님께서는 유치원생인 본인의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나를 설득하셨다.

"흐음... 유아교육과라..."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 텐데..."

"전공을 바꿔보는 것은 어떻겠니?"


"교수님!"

"저 아직 유아교육개론이랑 교양 들은 것이 전부예요."

"제가 아직 이 길이 저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는데, 전공을 어떻게 바꿔요!"

교수님 말씀을 들으니 '나는 1형 당뇨병을 가진 유치원 교사가 될 거야!'라는 오기가 생겼다.

'내가 유치원 교사가 된다면 1형 당뇨병 아이들을 잘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내가 진짜 잘 해낼 수 있을까...?'


"아... 참!"

"쏘야야, 내가 간호사실에 말해놓을게."

"꼭 병원밥 안 먹어도 되니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네가 먹고 싶은 것 먹으면 인슐린 주사 줄게."

" 대신 어제처럼 화난다고 폭식하면 다음번엔

 진짜 혼난다!"

"아이스크림은 뒤끝이 있어서 혈당 조절이 어려우니까 직은 베스킨 아이스크림은 안돼." 



* 본문에 나오는 의학용어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se)

자가면역 질환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

자가면역 질환은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내 몸을 지켜주어야 할 면역세포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 자가면역은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에 나타날 수 있다. 면역세포들이 우리 몸의 어느 부위를 공격하는가에 따라 증상과 질병이 다양하게 나타다. 


전신의 모든 세포가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하고(루프스), 특정 장기의 세포만 파괴하기도 . (자가면역성 갑상선 질환, 1형 당뇨병 등)

류머티즘 관절염처럼 특정 장기 또는 전신을 그때그때 선택적으로 침범하기도 다. 


당뇨 연관 자가항체

(Diabetes-related Autoantibodies)


검사방법: 1형 당뇨는 인슐린 결핍이 특징으로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 베타세포를 파괴하는 자가면역 과정다. 당뇨 연관 자가항체 검사는 1형 당뇨와 연관이 있다고 여겨지는 하나 이상의 자가항체를 검출하는 일련의 검사법다. 

자가항체들은 1형 당뇨의 특징인 베타세포의 파괴와 기능 손상, 인슐린의 생산 부족을 반영하며 1형 당뇨의 원인은 아다. 

반면, 2형 당뇨는 주로 인슐린의 효과에 대한 저항성(인슐린 저항성)의 결과로 자가면역 과정을 거치지 않다.


검사의 목적: 당뇨병이 진단된 후 자가면역성인 1형과 2형 당뇨를 구분하기 위해 검사다.


검사의 필요성: 처음으로 당뇨병으로 진단되었을 때 자가면역 관련 당뇨인지 결정하기 위해서, 식이나 약물로 치료 중인 당뇨환자에서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1형 당뇨가 의심되는 경우에 시행한다.


1. 섬세포 자가항체(Islet Cell Cytoplasmic Autoantibodies, ICA)

다양한 췌장 섬세포 단백에 대한 자가항체를 측정.

발병 시 검출되는 가장 흔한 자가항체 중 하나. 새로 진단되는 1형 당뇨의 70~80%에서 검출됨.


2.  자가항체(Insulin Autoantibodies, IAA)

인슐린에 대한 자가항체. 인슐린은 베타세포에 특이적인 유일한 항원.
내인성 인슐린에 대한 항체와 외인성 인슐린에 대한 항체를 구분할 수 없음.


3. 글루탐산 디카복실라제 자가항체(Glutamic Acid Decarboxylase Autoantibodies, GAD)

베타세포 단백(항원)에 대한 자가항체로 베타세포에 특이적이지 않다.

새로 진단되는 1형 당뇨에서 가장 흔하게 검출되는 자가항체 중 하나. (약 70~80%)


4.인슐린종-관련-2 자가항체(Insulinoma-Associated-2 Autoantibodies, IA2)

베타세포 항원에 대한 자가항체로 비특이적.

1형 당뇨의 약 60%에서 검출.


*인슐린 주사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외인성 인슐린에 대한 항체가 나타날 수 있다.

IAA 검사는 이런 종류의 항체와 내인성 인슐린에 대한 자가항체를 구분할 수 없다. 

 이미 인슐린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게 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예를 들어, 제2형 당뇨라고 생각되어 인슐린 치료를 받은 환자는 1형 당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검사를 시행할 수 없다.)


*자료출처 및 참고자료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131


https://pubmed.ncbi.nlm.nih.gov/18176860/


대한 진단검사 의학회-당뇨 연관 자가항체(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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