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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Dec 20. 2022

1형 당뇨 소모성 재료 구입하기

[좌충우돌! 퇴원 준비하기]

1형 당뇨병 발병 후 3주가 지났다.

이제는 인슐린 주사도 혼자 맞을 수 있게 되었고,

혈당 수첩도 매일 열심히 적었다.


'아... 집에 가고 싶다!'

'우리 집 강아지가 날 못 알아보는 건 아니겠지?'


"쏘야야, 이제 인슐린 주사 혼자 잘 맞을 수 있지?"

"혈당 수첩 좀 한번 보자!"

"혈당을 잘 보이게 적어야지. 여기에다 알록달록 색칠공부를 해놨네!"

"교수님, 그거라도 해야 혈당 수첩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래, 이제 그거라도 잘 쓰는 게 어디니!"

"내일 집에 가자!"

"내... 내일이요?


아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퇴원 후

달라일상에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집에 가고 싶지만... 가고 싶지가 않아!'


잠시 후, 담당 간호사 선생님이 손에 작은 지퍼백을 들고 오셨다.

"쏘야야, 드디어 내일 집에 가네!"

"퇴원할 때 인슐린 펜은 처방약으로 나오는데"

"펜 니들이랑 알코올 솜, 혈당, 혈당지, 채혈기, 채혈침 이런 것들은 의료기상에 가서 사야 돼. "

'의료기상... 그곳에 가면 이런 것들을 살 수 있다고?'


"쌤, 의료기상이 어디에 있어요?"

"우리 병원 지하에도 하나 있고, 병원 건너편으로 나가면 두세 곳 정도 더 있어."

"언니가 지퍼백에 펜 니들이랑 채혈침, 혈당지,

알코올 솜 넣어놨으니까 이거 들고 가서 달라고 하면 살 수 있을 거야!" 


'어디를 가야 바가지 안 쓰고 잘 살 수 있을까?'

'병원 밖에 있는 의료기상으로 가야겠다!'


눈앞에 보이는 의료기 상점들...

'여기는 새로 지은 의료기 상점인가?'

'밖에서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 왠지 비싸게 팔 것 같아...!'

'저기는 건물은 낡고 허름해 보이지만 전통이 있을 것 같고...!'

처음 가보는 의료기 상점 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래, 새로 생긴 곳보다는 전통 있는 곳이

더 낫겠지!'


낡고 허름한 건물 한 귀퉁이에 위치한 의료기 상점!

유리문을 당기고 들어가 보니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이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상점 안에 작은 난로, 그 위에 올려진 물이 펄펄 끓고 있는 주전자 차가운 실내 공기를 따뜻하게 덥혀주고 있었다.


"어서 와요. 학생인가?"

"학생이 뭐가 필요해서 우리 가게에 왔을까?"

"사장님, 여기 이거 있어요?"

"병원에서 이거 사면 된다고 했는데..."

"어디, 보자 보자..."

사장님께서 돋보기안경을 올리며 내가 건넨

지퍼백의 소모품들을 확인했다.


"이건 B사의 8mm 인슐린 펜 니들"

"이건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알코올 솜"

"혈당랑 채혈기도 있어야 하고..."

사장님이 콧노래를 부르면서 창고에 들어가시더니 이것저것 물건들을 꺼내오셨다.


"학생, 이게 가장 최근에 나온 신제품 혈당계야!"

"봐봐! 화면도 크고, 버튼도 크고 색깔도 예쁘지?"

사장님이 보여준 R사의 퍼포마 혈당계!

혈당계의 강렬한 빨간색에 시선이 끌렸다.

"이 혈당계는 얼마예요?"

"별로 안 비싸! 신제품이 5만 5천 원이면 싼 거야!"

혈당계 시세를 모르니 사장님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었다.


"이 혈당계에 쓰는 혈당지가 있는데..."

"이건 혈당지 50개 입,  한 통에 2만 5천 원이야."

'아니, 한 번 쓰고 버리는 혈당지가 무슨 한통에

2만 5천 원 씩이나 해?'

'만약, 하루에 10번씩 혈당을 체크한다면...'

'한 달에 혈당지 비용만 15만 원이나 들잖아?'


제일 안 아프다는 소프트 클릭스 채혈기와

채혈침까지 어느새 양손에 한가득 쥐어져 있었다.


"다 합쳐서 25만 원인데 할인해서 23만 원만 줘!"

'싸게 사려고 들어갔는데 뭔가 덤터기를 쓴 기분이야!'

'내가 너무 어수룩해 보였나...?'


'앞으로 매달 당뇨 소모품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아픈 것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매달 들어가야 할 소모품 비용을 생각하니 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더 커졌다.


'혈당지는 재사용이 안되고...'

'채혈침이랑 인슐린 펜 니들 정도는 재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야, 바늘은 절대 재사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니 마음속에서 치열한

싸움이 일어났다.


'당뇨 소모품들이 보험이 돼서 싸게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 본문에 나온 용어 


당뇨 소모성 재료(2022년 )

혈당 측정 검사지, 채혈침, 인슐린 주사기, 인슐린

주삿바늘, 인슐린펌프용 주사기, 인슐린펌프용

주삿바늘 (총 6개 품목)


당뇨 소모성 재료 급여 책 변화

2011 11월, 1형 당뇨 혈당 측정 검사지 급여

(총, 1종) 1일 4개/ 본인부담 20%

2015년 11월, 혈당 측정 검사지(스트립), 채혈침(란셋), 인슐린 주사기, 인슐린 주삿바늘

(펜 니들)로 급여 확대 (총, 4종)

2018년  8월~재, 인슐린펌프용 주사기, 인슐린펌프용 주삿바늘(2종 추가) 급여 확 

(총, 6종)


2015년 11월부터 인슐린 사용 2형 당뇨,

임신성 당뇨 환자에게도 급여 확대


대한 당뇨병학회, 대한 소아내분비학회 등

여러 유관기관과 1형 당뇨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당뇨 소모성재료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료출처 및 참고자료


1) 의약뉴스- 2016. 01.09 일자 기사

[당뇨 소모성재료 지원사업, 홍보는 안 하나]


2) 데일리팜- 2019. 10.08 일자 기사

[당뇨 소모재료 약국 대행청구 요양비 환불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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