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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an 03. 2023

저 당뇨환자 아니에요!

[미션임파서블:당뇨 환자임을 숨겨라!]

1형 당뇨를 완치한다는 한약과 당뇨에 좋다는 식품들을 열심히 챙겨 먹었는데, 간독성이 와서 심한 황달이 왔다.


"김쏘야님, 지금 이대로는 집에 못 가요!"

"입원은 안 돼요! 저 중간고사 보러 가야 돼요!"

"컴퓨터 실습 과목은 대체과제도 없어요..."

"교수님, 저 절대 F는 안 돼요."

그렇게 한참을 응급의학과 교수님과 실랑이를 했다.


소식을 듣고 곰돌이 교수님께서 다급히 응급실로 내려오셨다.

"쏘야야! 지금 집에 가면 분명히 다시 병원에

실려온다."

"이건 지금 너와 상의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야!"

"지금 치료 빨리 받아야 이 회복될 수 있어!"


결국,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입원을 했다.

'하... 그래 제대로 치료받고 나오는 거야!'

'설마... 소화기내과인데 내분비내과 병동이랑 같은 병동이겠어?'

'에이... 아니겠지! 아닐 거야!'


마음속의 다짐이 끝났을 무렵 입원 수속이 되었고, 병실이 배정되었다. 환자 팔찌에 쓰여있는 병실 호수는 1015!


오 마이 갓...!

'10 병동으로 입원하는 거야...?'

불현듯 퇴원할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저 여기 다시는 안 올 거예요!"


'며칠 전의 김쏘야야!'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했니...'

'이래서 사람일은 한 치 앞도 모른다고 했구나!'


응급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썼다. 엘리베이터가 한층 한층 올라가

10층에 가까워지자 창피함이 더욱 몰려왔다.


'아... 간호사 쌤들을 어떻게 봐야 하지?' 


"ER 신환 왔어요."

"어머나! 얘 쏘야지?" 

"쏘야야, 너 다시는 입원 안 한다며!"

"아이고... 김쏘야!"

"다시는 안 온다고 할 때 언니가 딱 알아봤다!"

인계를 막 마친 간호사 선생님들이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쏘야야 너 왜 또 왔어?"

"언니들이 많이 보고 싶었구나?"


그렇게 퇴원한 지 얼마 안 지나서 재입원을 했고, 병동에 모든 선생님들, 심지어 오프를 마치고 돌아온 간호사 선생님들까지도 나게 놀리셨다.


'오늘밤에 이불킥하겠네...!'


아휴...

'이번 병실에도 자칭 당뇨 박사님들이 많겠지?'

'우리나라에 자칭 당박사님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되는 걸까...?'

'이번에는 제발 조용히 있다가 나가고 싶어!'


두 번째 입원이라고 나에게도 나름의 전략이 생겼다. 최대한 당뇨병 환자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기!


내가 입원한 10 병동은 내과 메이저 병동이었다. 호흡기 내과, 감염 내과, 신장 내과, 소화기 내과, 내분비 내과 등 다양한 진료과 환자가 입원한 병동이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혈당 재는 시간만 조심하면 내가 당뇨 환자인걸 아무도 모르겠지...?'


내가 입원한 병원은 병원 자체 혈당계를 사용해서 침대 밑 환자 카드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찍거나 환자 등록번호를 직접 입력해야만 혈당을 잴 수 있었다.


갑자기 머릿속을 번뜩이고 지나가는 생각!
'아... 그래! 

'바로 거야...!'

'환자 등록번호를 외워서 밖에 나가서 혈당을 재고 오면 되겠구나...!'

'드디어 당박사님들로 부터 해방이다!'


'하하하...!'

당박사님의 설교에서 해방될 것 생각하니 

안도의 함박웃음이 지어졌다.

'하루 6번 혈당체크 시간에 밖에 가서

혈당 재고 오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선생님 저 환자 등록번호 외웠어요."

"08XXXX..."

"어이구... 김쏘야! 그걸 왜 외우고 있니?"

"그럴 시간에 영어 단어를 하나 더 외우겠다!"

"내가 너 때문에 웃겨서 못 산다. 못살아!"


아홉 자리의 생소한 환자 등록번호는

쉽게 외워지지 않았지만, 박사님들의

설교를 피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인슐린 주사!

다행히도 간호사 선생님들이 상황을 이해해 주셔서

인슐린 주사를 맞을 때마다 간호사 스테이션 안에서 몰래 맞을 수 있었다.

"김쏘야님, 간호사 스테이션으로 나오세요!"


'당뇨 환자임을 숨기기  어...!'

 어쨌든 오늘의 임무는 성공!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소화기내과(Gastroenterology)

식도, 위, 소장, 대장, 간, 담도, 췌장질환을 진료하는 곳으로 각 부위별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내과적인 약물 치료와 내시경 시술을 하는 과


응급실(ER)

Emergency Room


신환

새로운 환자


인계

하던 일이나 사물 따위를 상대에게 넘겨주거나 넘겨받음


*자료출처 및 참고자료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XXC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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