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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Jan 06. 2023

가끔은 일탈해도 괜찮아!

[자유로운 1형 당뇨선배님!]

한번 심한 타격을 입은 간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내 간은 언제쯤 회복이 되는 걸까...?'

'간은 침묵의 장기라더니...'

'이렇게 소리 없이 아플 줄이야!'


지이이잉...

'모르는 번호인데 받지 말까?'

살다 보면 의외로 촉이 맞는 경우가 있다.

특히 부정적인 경우일 때에는 더욱 잘 들어맞는다.

'그래, 전화받는 일이 뭐가 어렵다고...'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SS대학교 학사관리과입니다."

"유아교육과 김쏘야 학생 되시죠?"

"김쏘야 학생, 수업일수가 부족해서 연락드렸어요."

"오늘까지 휴학 안 하시면 자퇴처리돼요!"


"휴학하실 거예요?"

"휴... 휴학이요?"

이제 겨우 1학년 1학기를 넘겼는데, 휴학이라니...

어안이 벙벙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급하게 외출증을 쓰고 학교로 갔다.

'휴학계는 어떻게 쓰는 거지?'

"학과장님 면담하시고, 서류에 휴학사유 적고 사인받아서 오세요."

"진단서나 의사 소견서 꼭 첨부하셔야 돼요."

'하... 뭐가 이렇게 복잡한 거야...?'


학과장님을 뵙고 휴학 이유를 말씀드렸다.

연세가 지긋하시고, 고상하고 우아하신 교수님!

'교수님은 내 마음을 이해해 주시지 않을까?'


"교수님, 제가 자가면역질환 1형 당뇨가 생겨서 강 관리가 필요해서 1년 정도 휴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쏘야야, 당뇨라고? 어쩌다가 어린애가..."

"음... 유아교사는 할 수 있겠니...?"

"우리 학과는 휴학하는 애들이 거의 없는데...!"

"그래, 몸 관리 잘하고 내년에 보자!"


교수님도 당뇨라니 2형 당뇨인 줄 아셨나 보다.

1학년 1학기, 열심히 공부해서 받은

성적우수 장학금이 휴학과 동시에

봄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져 버렸다.


'아... 내 장학금...!'


하...


'당뇨, 당뇨, 당뇨...'

아까 들었던 학과장 교수님 말씀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서글픈 마음을 뒤로하고 휴학계를 내고 나오는데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왜... 왜 하필 나냐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이런 일이 생긴 거야?'

흥분된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우울한 마음으로 병실로 돌아왔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제발, 나 혼자 있고 싶...!'


외출해서 학교 갔다 온 사이에 옆 병상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있었다.

'제발... 나에게  좀 시키지 않았으면...!'

깡마른 몸매에 긴 머리를 질끈 묶은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그녀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안녕, 너도 내분비내과로 입원했구나?

"혹시 1형 당뇨로 입원했니?"

"저 당뇨병 아닌데요."

"에이, 너 딱 보면 1형 당뇨인 것 같은데..."
"당뇨병, 아니라니까요!"


잔뜩 화가 나있는 나에게 그녀가 다가와 계속 말을 걸었다.

"나는 1형 당뇨 발병한 지는 20되었고, 박영민이야."

"오랫동안 인슐린 펌프를 쓰고 있는데,

인슐린 펌프가 갑자기 막혀서 고혈당이 와서

인슐린 주사로 바꾸려고 병원에 입원한 거야."


먼저 다가오는 영민언니를 애써 뿌리칠 수 없었다. 그렇게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30대 초반의 그녀에게서 리병 주사기를 소독해서 쓴 이야기 등 1형 당뇨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쏘야야, 언니 밖에 나갈 건데 같이 나갈래?"

밤에 혼자 있기 적적해서 언니를 따라나섰다. 언니의 걸음이 멈춘 곳은 병원 근처 한 분식집. "쏘야야 뭐 먹을래? 언니가 사줄게."


떡볶이, 쫄면, 만두, 순대, 튀김...


내 생각에는 절대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메뉴들이 눈에 보였다. 언니는 나의 망설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밥, 떡볶이, 순대, 튀김을 시켰고 나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너 1형 당뇨병 발병한 지 얼마 안 되었지?"
"평생 이렇게 맛있는 것 안 먹고 살 수 있어?"

"네가 코끼리도 아니고 평생 풀만 먹고  거야?" "그렇게 먹고 싶은 것 계속 참으면 한꺼번에 폭식할 수도 있어."

"그게 더 위험한 거야."


언니의 달콤한 속삭임에 우울했던 마음 

활짝 열려서 같이 맛있게 음식을 먹었다.

그렇게 매일 밤 언니와 소소한 일탈을 즐겼다.


'일탈... 가끔은 할만한 것 같아!'

"김쏘야님!"

"쏘야야! 어젯밤에 너 뭐 먹고 들어왔지?"

"왜 이렇게 밤마다 고혈당이?"

"너 진짜 아무것도 안 먹었어?"


주치의 선생님 매일밤다 원인 모를 고혈 반복되니 계속 무섭게 다그쳤다.

"안... 안 먹었는데요."


무섭게 다그치는 주치의 선생님을 보니 먹었다고 할 수 없었다. 곰돌이 교수님께 보고가 되었는지 회진 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쏘야야, 요새 밤에 뭐 먹고 들어왔니?"

"그래, 밖에서 먹는 대로 먹어보고 인슐린을 조절해야지."

"그게 진짜 너의 생활 패턴이잖니?"


곰돌이 교수님께서 나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하셨다.


"쏘야야 앞으로 6개월 동안 한 번도

입원하지 않으면 내가 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

"교수님, 진짜예요?"

"허허... 쏘야야 너 속고만 살았니?"


'6개월 동안 한 번도 입원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 한 번 열심히 해보는 거야!'


'어떤 소원을 빌면 좋을까...!'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휴학계

다니던 학교를 일정 기간 쉬기 위해 학교에

사유 등을 적어 제출하는 서류


인슐린 펌프(Insulin pump)

인슐린을 24시간 지속적으로 체내에 투여하여

체내 인슐린과 유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


유리병 주사기(glass syringe)


*자료출처 및 참고자료


https://dic.daum.net/word/view.do?wordid=kkw000300736&supid=kku00038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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