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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Dec 31. 2022

1형 당뇨 완치의 달콤한 속삭임

[1형 당뇨와 카더라 통신]

1형 당뇨가 생기고 나서 여기저기에서

친척, 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질 않았다.

어느 날 할머니께서 연락을 하셨다.


지이잉...

"여보세요."

"이잉, 쏘야냐잉?"

"째, 그런 병이 너한테 생겼다냐!"

"이 할미가 지은 죄가 많은가 보다."

"할미가 당뇨에 좋다고 해서 여주즙 보냈승게"

"먹고 당뇨 싹 다 아부러라!"


"할머니, 저 TV에 나오는 그 당뇨가 아니에요."

"여주 먹는다고 낫는 당뇨가 아니에요!"

"오메...! 그럼 인슐린 주사인가 거 뭐시기 맞는 중증당뇨냐?"

"할... 할머니..."

"중증당뇨가 아니라 1형 당뇨병이에요!"


할머니 생각에는 인슐린을 쓰면 당뇨의 끝까지 가버린 중증당뇨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가족도 이해해주지 못하는데...'

'할머니 뭐... 그러실 수도 있지...'


"언니, 우리 쏘야가... 쏘야가..."

흐흐흑...

엄마가 이모와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언니, 이제 우리 쏘야 어떻게 해야 돼?"

"할 수만 있다면 내 췌장이라도 주고 싶어!"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화만 내던 엄마도

알고 보니 이모들 사이에서는 언니들의 위로가 필요한 막냇동생이었다.


"돼지감자랑 당조고추보냈으니까 쏘야 한번 먹여봐!"

"그게 혈당에 그렇게 좋다고 하네!"

"쏘야 엄마야, 네가 엄마인데 강해져야지!"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구나...!'


이후로 친척, 지인의 연락은 나의 안부로 시작해서

어린애가 쯧쯧쯧... 당뇨에는 ~가 좋다더라로 끝이 났다.


'세상에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그래, 인슐린 주사만 안 맞을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인들 못할쏘냐!'


읍...

생각보다 여주즙은 너무 써서 몸부림이 쳐졌고,

돼지감자는 이름만 감자일 뿐 맛이 아니었고,

당조고추는 고추 본연의 맛이 아니었다.

감초는 신맛이 온몸을 감돌아 위를 자극하는 맛!


'몸에 좋아서 그런 건가 맛이 하나같이 왜 이래?'


'그래, 이쯤 되면 혈당도 내려갔겠지?'

삐삐 삑... 340?

'뭐야, 그렇게 열심히 먹한 시간 넘게 운동도 했는데 효과가 없잖아?'

'진짜 인슐린 주사 없이는 안되는가 보다?'


며칠뒤, 엄마의 손에 이끌려서 지인에게 소개받은

한의원에 갔다.

연세가 지긋이 드신 할아버지 한의사 선생님!

겉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허준이었다.

다만, 귀가 잘 안 들리는 허준 한의사 할아버지!


"내가 당뇨 박사여, 박사!"

"이 한약 먹으면 당뇨가 싹 다 나아브러!"

"소아당뇨도 고쳤다니께!"

"소아당뇨 아니고 1형 당뇨예요."

"그럼, 저 인슐린 주사 안 맞아도 돼요?"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싫은 나의 간절한 마음!


"하루 세 번, 한포씩 먹고, 인슐린 주사를 끊어봐!"

"의심하지 말고 먹어보라니께!"

"좋은 약이라 약값이 쪼까 비싼디... "

"병이 싹 다 나으면 그 정도는 비싼 것도 아니여!"

"명현현상이 있을 수도 있는디..."

"그 고비를 잘 넘기면 돼야!"


반신반의했지만 간절한 마음에 하루 세 번 한포씩

복용했다.

'여기에는 무슨 재료가 들어있을까...?'

'비법의 약초?'

'인슐린 주사를 안 맞을 수 있다면 이 정도 쓴맛은

견뎌내야지!'


일주일 후, 극심한 복통과 구토가 시작되었다.

"이게 한의사 할아버지가 말한 명현현상인가?"

"조금만 더 견뎌볼까...?"


...

'익숙한 상황은...'

'명현현상은 아닌 것 같은데...'

'당뇨병성 케톤산증 데자뷔인가?'


멈추지 않는 복통과 구토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멀리서 뛰어오는 응급의학과 교수님!

"아니, 보호자분! 애한테 뭘 먹이신 거예요?"

"독성이에요. 하마터면 간독성 때문에 혼수까지

 뻔했어요."


"완치된대서 한약이랑 당뇨에 좋은 음식들 먹였죠."

"보호자분! 쏘야는 1형 당뇨예요."

"1형 당뇨는 인슐린을 끊으면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생명이 위독해질 수가 있어요!"


"아직까지 현대의학으로는 1형 당뇨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지금으로서 1형 당뇨의 최선의 치료법은 인슐린 주사뿐이에요!"


간독성으로 황달이 심하게 왔다.

'아니...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노랗게 변했어?'

'세상에! 내 눈 흰자위도 노랗잖아?'


1형 당뇨를 완치할 수 있다는 간절한 마음을

이용당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먹고 마셨는데, 돌아온 결과는 참혹했다.


인슐린 주사...

이제 나는 너 없이는 살아갈 수 없구나!


너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겠네...


독성이라는 혹독한 결과를 겪은 후,

나는 더 이상 인슐린 주사 외에는 1형 당뇨 완치의

비법이나 식품들을 믿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의학기술이 발전해서 1형 당뇨 완치의 방법이 나온다면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의학 노벨상 감이겠지!'


후우...

'이제는 그 어떤 것도 함부로 믿지 못하겠어!'


*1형 당뇨, 최선의 치료법은 인슐린주사입니다.


*본 에피소드는 본인의 경험담으로 모든 한의원, 한의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밝힙니다.


*본문에 나온 용어 설명


명현현상

병이 호전되는 과정에서 겪는 현상이므로 잘못된 약의 처방 등으로 나타나는 부작용과는 다름. 명현이란 한약 등을 복용한 환자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일시적인 증상 악화를 겪거나 다른 증세를 보인 뒤 나아지는 것을 뜻함.


간독성(hepatotoxicity)

간은 해독 과정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물질을 배출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어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들이 간에서 수행하는 해독 능력의 이상으로 들어오게 되면 간이 손상을 받게 되고, 이렇게 여러 화학물질에 의해 간이 손상된 상태


황달(jaundice)

혈액 중에 빌리루빈 양이 증가하여 피부 및 점막 내 담즙의 축적으로 피부가 황색을 띠게 되는 병적 상태


*자료출처 및 참고자료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7m3347n15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142XXX0000399


https://m.100.daum.net/encyclopedia/view/216XXXXXS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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