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기안 84 전시회가 열린다기에 오픈 날을 기다리며 에매를 하고
한 달이 지나서야 드디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유명세가 높은 인물이고
그림 값도 엄청 비싸다고 해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막상 전시회를 갔다 와 보니 아무 감흥이 없었다.
아니 실망했다.
미술이나 글은 보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선
그저 화려한 미디어에서 본 큰 그림들 뿐이었다.
그렇게 실망하며 집으로 돌아와
나는 인문학 책을 읽었다.
그곳에서 두 문장을 보고, 책을 덮어두고는 생각에 잠겼다.
"악이 있기에 선이 있다."
"죽음은 영원한 불멸이다."
맞는 말 같으면서도 틀린 말 같고, 틀린 말 같으면서도 맞는 말 같다.
이런 글이 예술이지 않을까 하는
나의 작디작은 양가감정이 드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