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 하루는 맑음 Nov 12. 2023

아이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벗어나기 Day12

아이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가 사춘기를 겪은 중2

다른 아이들도 그랬듯이 나 역시 그때 내가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부모님 도움 없이 학교를 가고, 학교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고 모두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믿었다.

어른들의 없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에게 힘든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랐다.

그때는 독립적인 모습이 자랑스러웠다. 오히려 부모님에게 찡찡대는 친구와 언니가 한심해 보였다.

다 커서 저게 뭐 하는 짓이지? 싶었다.


특히 친언니가 부모님에게 의존이 강한 성향이어서 더욱더 독립적으로 지냈던 거 같다. 


예를 들면 언니는 자다가 갑자기 코피를 흘리면 코를 잡을 생각은 안 하고 두 손으로 그 코피를 가득 받으면서 자고 있는 엄마를 불러 깨웠다. 그럼 엄마는 깜짝 놀라 뒷 처리를 하고는 놀란 언니를 달래주었다.

하지만 나는 자다 코피를 흘리면 손으로 코를 잡고는 지혈을 했다. 코피가 어느 정도 멈추고서야 엄마를 깨워 코피가 났다고 하면 엄마는 멈춘 코피를 보면서 잘했다며 다시 자라고 했다.


이게 언니와 나의 차이였다.


언니는 대부분 엄마에게 의지했고, 나는 대부분 스스로 해냈다. 엄마는 손이 덜 가는 나를 좋아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손이 많이 가는 언니에게 대하는 태도 차이가 애정차이로 느껴졌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더 혼자 힘으로 해냈다. 내가 좀 더 잘하면 나를 더 좋아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던 거 같다.


그래서 힘든 일이 있어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해냈다. 

부모님도 더 날 기특하게 바라봤기 때문에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내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다. 

너무 안쓰러워서 말이다.

그 어린 15살밖에 안된 여자 아이가 도움 없이 혼자 하겠다고 낑낑대는 모습,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때도 선생님의 도움도, 부모님의 도움도 없이 혼자 헤쳐간 모습이 생각이 나서 괜히 마음이 미어진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학습이다. 

나는 학습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힘이 든다. 민폐라고 생각이 들고,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내 성격을 주변사람에게 말하면 도움을 받으면 다음에 도움을 다시 주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나는 도움을 주는 건 언제든지 환영이지만 내가 도움을 받는 것은 아직까지 나에겐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이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배워야 한다. 도움을 요청하는 법과 도움을 주는 법을 그렇게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어른도 더 큰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늦었지만 배운다.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법을...


나는 이제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혼자 있으면 혼자 있고 싶다가도 혼자 있기 싫다가도 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