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위해 흘려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면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아쉬움을 더는 후회하지 않도록 시간은 기다리지 않고 우리의 지금은 순간이야 돌아갈 수 없는 그때의 사람들을 더는 기억하지 않도록
몽니 2집 4번 트랙, '일기'의 가사이다. 꽤 오래 잊고 지냈던 이 노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 건, 어제 코인노래방에서 우연히 듣게 된 옆 방 사람의 '나를 떠나가던(몽니)' 때문이었다. 마침 그 날은 2018년 다이어리를 사러 돌아다니던 날이기도 했는데, 마땅히 맘에 드는 건 없어서 사지는 못했다.
누구도 부재를 느끼지는 못했겠지만, 그간 이 페이지에도 짧은 공백이 있었다. 당연히 근본적인 원인은 시험기간과 여행에 따른 것이었다만, '이 글은 써야겠다' 라는 마땅한 소재나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굳이 글로 적어야 가장 정확히 표현될 사건은 없었다. 시험기간은 대부분 회색이었고, 여행기간에는 키보드보다 카메라를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딱 일주일만 여유롭게 살아보기로 정했다. 일주일 뒤부터는 열심히 정신차리고 살아야지~하는 이야기는 내가 정한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상황이 거의 정해준 거지만, 얄개들의 정규앨범 제목처럼, 이번 주 목표는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로 스스로 정했다.
2017년. 이제는 끝나간다. 슬슬 해가 지는 시간이라서, 올해의 태양을 보는 날도 내일이 마지막이다. 작년과 올해는 굉장히 다른 시간이었던게 당연하지만, 내년도 그것 못지 않게 다른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마음을 정리해볼 시간은 요 며칠 외에는 없으리라.
서사의 분말상자. 페이지 만들던 때의 원 의도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서사의 분말'을 모아놓겠다고 거창하게 적어놓긴 했지만, 결국 내 생활의 너무 작은 부분이라서 어떤 완성된 이야기가 되지는 못하는, 순간의 감정들을 기록해두자는 의도였다. 다시 말해, 혼자 일기장에 적어둘 자그마한 이야기를 페이지에 적어두자는 정도의 취지였다.
그런데, 사람 수가 얼마가 되든, 내 글을 혼자 보는 것과 다른 사람이 같이 보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달랐다. 나는 날 것 그대로의 심정을 여과없이 보여주기에는 그렇게 곱지 못한 사람이었고, 간혹 더럽지 않은 마음이어도 그 상태 그대로 포장지 없이 사람들에게 내밀기에는 아무래도 민망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 페이지의 대부분의 글은 '비유'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부러진 책상다리, 마시멜로 이야기, 뻥튀기 기계... 모든 글이 대놓고 나를 향해있기는 했지만, 내 그대로의 모습은 아닌 적당히 조각된 그럴 듯해 보이는 그림이었다. 학교 국어시간에는 심상을 강조하기 위해 비유법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누구는 오히려 진심을 조금 숨기기 위해 남용하기도 하더라. 사실 비유보다 우화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어떤 소재없이 날 것 그대로의 내 기분을 적어낸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나는 '적당한 소재'라는 소통수단이 있어야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냥 덜렁 내 마음만 털어놓는 것은 누구에게도 와닿지 않으리라는 회의감이 그 토대가 되었을 것이라 추측해본다.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번 글 역시, 못내 노래의 한 구절을 글 앞머리에 실었다. 그래도 요번에는 그냥 솔직하게 털어놓을까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은, 현실은 추억만큼 아름답지는 않고, 파릇파릇한 마음은 금방 휘발되는 반면 짜증나는 것들은 무겁게 가라앉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처음 갔을 때 그렇게 황홀했던 가게나 랜드마크가 다시 갔을 때는 별 감흥이 없기도 하고, 소중한 안식처라고 생각했던 장소도 종종 전쟁터로 변했다 돌아오는 지끈거리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예를 들면'이라고 또 부끄럽게 써붙이긴 했지만 그냥 요즘의 내가 실제로 그랬다는 말이다. 그 뜨거움이 아니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던, 절제 없이 타오르던 빠알간 두 볼의 순간들도, 이제는 그냥 지나가면 무뎌지는 것으로 사그라들고 말더라. 영원히 혼자여도 이제는 서럽지도 않을 성 싶다. 우리의 모든 지금은 순간이고, 그렇게도 엉성하게 떠나보내 버린 그 순간들은 결코 그와 같은 경험을 통해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더라.
수영은 못하지만, 지금은 저 깊은 해구 속으로 스쿠버다이빙을 준비하는 다이버의 심정에 가까운 듯 하다. 어차피 깊은 곳으로 가라앉을 내일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조금이라도 달랠 심호흡이다. 평소에는 그것이 한숨처럼 보일까 부끄러워 차마 드러내지 못할 터이지만, 이런 때 가끔 정도는 괜찮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