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의 분말상자] (지하철 노선의 글감)

2017.5.30. 서사의 분말상자 프리퀄.

by 림팔라

1호선 끝자락에는 소요산이 있다.
2호선 끝자락에는 까치산이 있다.
3호선 끝자락에는 정발산이 있다.
5호선 끝자락에는 개화산이 있다.
6호선 끝자락에는 봉화산이 있다.
7호선 끝자락에는 도봉산이 있다.
8호선 끝자락에는 남한산성이 있다.
* 4호선 끝자락에는 오이도가, 9호선 끝자락에는 김포공항이 있다.
즉, 소수의 제곱수를 제외하고, 숫자로만 이름 붙여진 모든 지하철 노선이 한쪽에 산을 품고 있다. 스스로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구 중, 굉장히 특정한 조건을 가진 길이 아닌 대부분의 길을 가는 사람들은, 바다나 하늘이 아닌, 드높은 산맥을 향하게 될 가능성을 절반 정도 품게 된다. 그리고 나는 6호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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