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Day-12 창작

by 김인철


철새들의 비행은 시작과 다르게 때로는 서로 떨어져 비행 중에 다시 서로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도착지까지 서로 낙하와 상승을 반복한다. 낙하를 하는 순간에는 각자의 중심점을 향해 서로 다른 속도로 떨어진다. 사실, 상승과 다르게 낙하는 힘이 들지 않는다. 낙하는 오히려 더 자유로운 움직임이며 나름대로 각자의 중심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또한, 누군가 낙하하게 될 도착지의 중심점은 추상적이며, 그곳에 도달했을 때 낙하지점의 중심으로부터 자신과의 거리는 우연적이다.


“안개처럼 흐릿하지만, 나는 늘 어딘가에 닿길 원한다. 발이 닿는 곳이 어디든 말이다. 그리고 서로 각자 다른 속도로 발걸음을 땅에 내딛지만, 그 내딛는 형태와 모습은 동일하다. 즉, 발이 땅에 닿는 그 순간의 무게는 서로 다르더라도 같은 움직임이다. 마치 서로 같은 도착지에 도달하기 위한 것처럼 말이다. ”




때때로 철새들의 비행의 시작은 서로 비슷하더라도 주변 환경에 따라 비행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이 달라지기도 한다. 비행을 하면서 안개에 뒤덮인 곳을 지날 때, 철새들이 바라보는 여러 풍경은 마치 사회와 환경의 일부분이 가려진 채 드러나는 우리들의 풍경일 수 있다. 그러나, 이질적인 풍경은 어느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다시 말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놓치고 지냈던 무언가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나는 이것을 승화라고 말하며 여기에는 수증기가 이질적인 이산화탄소와 만나 안개가 생기는 승화에 대한 과학적인 전제가 불필요하다. 구체적인 전제 필요 없이 ‘스며든다’라는 단어의 의미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시적이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반복되면 그것은 익숙해진 것에 불과하다. 무언가 매력적이더라도 익숙해지고 나면, 구체적인 전제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주변 풍경들은 늘 나의 범위 공간을 채우는 일부 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풍경을 제삼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철새들도 일부분이 가려진 어느 풍경에 익숙하듯이 스며든 것일지도 모른다.





글: 김인철

이미지: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4680554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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