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간절한 그것
소방관이 된 아들 제복 사진을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해 놓은 친구.
딸의 대기업 사원증을 꽃다발과 함께 올린 친구.
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입사했다며 떡을 돌리는 직원(나는 그 아들 얼굴도 모르는데 떡을 돌리며 걱정해 준 여러분 덕분 이라니...)
또 어떤 이는 입고 있는 셔츠가 58만인데 공기업 들어간 딸이 첫 월급으로 사줬단다. 브랜드가 고급이니 촉감도 부드럽다며 만져보라고 손목을 내민다. 색감이 푸르뎅뎅하니 얼굴하고 안 어울리더구먼..
자식의 취업이 자랑이 된 시대,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 의사, 변호사, 검사...
그래서 이런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를 하며 질투의 마음을 억누르기도 한다.
10cm의 노래, 봄이 좋냐를 취업이 좋냐로 개사해 봤다.
취업이 되니 좋냐
회식 언제 있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
기획서 언제 올리는지
그딴 거 알면 뭐 할 건데
야근할 땐 야근한다고 투덜대고
월급날 텅장이라고 투덜 너네 진짜 이상해
너의 이상한 팀장은
사실 네가 올린 거
레이 아웃 바꿔 겁나 칭찬받아
취업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사원증 그렇게도 당당해 바보들아
결국 할부에 좋은 차에
너네도 물들어가
몽땅 망해가
아무 문제없는 데
왜 나는 안 생기는 건데
이력서 정말 좋았는데
면접은 왜 또 망했는데
이럴 땐 이래서 최종 탈락
열불나 열불나 인생은 불공평해
너의 완벽한 취업은
아직 웃고 있지만
너도 월급쟁이 신세 어쩌겠니
취업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사원증 그렇게도 당당해 바보들아
결국 할부에 좋은 차에
너네도 물들어가
몽땅
톡 하지 마 합격 사진 빼
자랑하지 마
제발 아무것도 하지 좀 마
셀레지마 위로하지마
행복하지 마
내 눈에 띄지 마
취업이 그렇게도 좋냐 멍청이들아
사원증 그렇게도 당당해 바보들아
결국 할부에 좋은 차에
너네도 물들어가
몽땅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망해라
- 봄이 좋냐를 취업이 좋냐로 개사
팩트를 날려볼까 한다.
여러 직업 중에서 파업을 한다면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불편을 끼치게 하는 직업은 무엇일까?
공무원, 대기업, 공기업, 의사, 변호사, 검사....??
버스나 지하철 종사자... 제일 먼저 내 머리에 떠오르는 직업은 청소 미화원이다.
프랑스 파리는 환경미화원들의 파업이 상시적이다. 이 때문에 파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거리는 악취가 풍기고 쓰레기는 여기저기 쌓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쥐들이 출몰하기 시작했고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를 늘리고 있다. 쥐는 새로운 감염균을 몰고 오며 쥐 때문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폐쇄하는 일도 있었다. 쥐는 건물들을 갂아 먹어 이미 프랑스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청소 미화원들이 파업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프랑스 파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이나 샤워시설이 없어도 우리나라 미화원들은 프랑스처럼 상시적으로 파업하지 않는다. 그들의 임금은 어딜 가나 최저임금이다. 우리 아들이 환경미화원으로 취업했어요, 라는 자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시청이나 구청의 환경미화원 경쟁에 젊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어도 자랑거리는 되지 않는다.
청소 미화원 같은 노동을 나는 사회적 필수 노동이라고 부르겠다.
청소 미화나 시설관리를 담당하는 분들은 가정으로 치자면 가사노동과 같은 영역이다.
필수 노동, 베이스 노동, 어떤 노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 먼저 수반되어야 하는 노동.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라는 가사노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회사로 나가 마음껏 일할 수 없다.
필수 노동이라는 인식이 가미되면 이 노동을 무시하는 차별적인 시선이 어느 정도 배제된다.
대기업이나 공무원이 되었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고 어디라도 취업되어 제 손으로 제 밥법이 하게 된 사실은 명백히 축하해 줄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밥 먹고 똥 싸고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을 산다.
사는 것에 어느 자리가 더 행복하다 견줄 수 없는 일이니 각자는 모두 자신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두 번째 시험에 떨어진 B가 상담을 해왔다.
공무원 시험에서 두 번 떨어지고 나니 체력도 많이 달리고 친구들 만나기도 싫고 가족들에겐 미안하다고. 무엇보다 두 번째도 점수가 커트라인에서 한 참 떨어져 다시 도전하더라도 합격을 장담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축 처진 어깨와 수척한 얼굴의 B는 목소리조차 힘이 없었다.
"일단, 쉬어라."
나의 처방은 아무 생각하지 말고 일단 좀 쉬라는 것이었다.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산책도 하고 친구를 만나기 싫으면 꼭 마음에 드는 친구 한 사람이라도 만나 술도 진탕 마시고...
근처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도 좀 하고.
시험 때문에 못했던 숨쉬기를 좀 하라고 권유했다. B의 처진 어깨가 더 안쓰러웠다.
몇 달 뒤 B는 한 중소기업에 취업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회사에 다니는 것 같아 자신도 중소기업 쪽으로 이력서를 넣었다고 했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대기업의 1차 밴드로 전망이 좋은 회사였다. 내 일처럼 뛸 듯이 기뻤다. 청년 내일 채움 공제란 제도를 알려줬다. 그처럼 밝은 B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세상에 길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내가 술만 먹으면 언제나 사카이와 돌부리에게 하는 말.
서른이 다 되도록 독서실에 박혀 있는 녀석들이 안쓰러울 때마다,
세상엔 공무원 말고도 근사한 직업이 많다고,
때로는 포기할 줄 아는 것도 용기라고 취기를 빌려 떠들곤 했다.
"잘못 든 길이 지도를 만드는 거야."
-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허남훈 소설 중에서)
1990년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취업자 비중은 40:60이었지만 현재는 20:80의 비율로 줄었다.
그만큼 대기업으로 입사하는 건 치열해졌다는 말이다.
자신은 금방 취업이 안되더라도 꼭 대기업으로 가겠다는 청년이 있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네가 아는 대기업을 모두 말해보라고 했다. 5개까지는 띄엄띄엄 가더니 그다음은 눈을 굴린다.
이름을 다 거론할 순 없지만 우리는 유명하지 않은 대기업- 자신이 잘 모르는 기업-은 대기업이 아니라고 착각한다. 내가 모르지만 대기업의 1차 밴드로 당당하게 성장의 발판을 키우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기술혁신으로 성장 가능성이 많은 회사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자신이 가고 싶은 분야에서 기업의 옥석을 잘 가리는 것도 구직자가 꼭 터득해야 할 태도다.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기업분석과 직무분석을 통해 자신과 코드가 맡는 일자리를 찾기를.
정말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당신이 일을 했으면 좋겠다.
어떤 일이든 그 과정에서 당신의 내력(내공)이 쌓일 수 있다고 믿기에.
그 힘은 또 앞으로 전진하는 무모한 용기가 되니까.
그러니 당신, 어떤 일이든 일단 시작했으면 좋겠다. 비슷한 분야의 일은 자신의 내력을 쌓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우리를 학습시키는데 경험만큼 좋은 학습 방법은 알지 못한다.
잠시 스쳐가는 일이라 하더라도 직장에서 있을 법한 바람, 하중, 진동들을 먼저 경험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그 경험을 필요 이상으로 할 필요는 없지만 처음부터 멋진 직장, 그럴싸한 대기업, 안정적인 직장으로만 눈을 돌리는 건 길고 긴 인생에서 <경험을 축소하는 선택>이다.
누구보다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느긋해야 함을 알아야 한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것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있으면 버티는 거야."
- 드라마 아저씨의 대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