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잘못된 거 같다.
어머니께서 전화가 오셨습니다.
"아들, 내가 돈 300만 원 줄 테니 주식 좀 사도."
"?????"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어머니의 평생 신조가
였습니다. 어머니는 인터넷 뱅킹은커녕, 폰뱅킹도 못하시고 스마트폰도 없으십니다. 태어나서 신용카드 한 장 만들기는커녕 써 본 적도 없으시고요. 스마트폰을 사드린다고 해도, 본인이 결사반대를 외치셔서 못 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 어머니께서 일생의 신조를 어기시고 주식이라니???
"갑자기 무슨 주식입니까?"
"은행에 가서 예금을 하려고 하니, 이자가 1%도 안된다이가. 내가 화가 나서 주식하려고. 난 주식할 줄 모르니, 네가 아무 거나 사도. 내가 OO은행에서 일하니까, OO은행 주식 살까?"
어머니께서는 하루 3시간 OO 은행에서 청소를 하십니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sssfriend/52
마음이 참 착잡합니다.
만 65년 평생 빚 한 번 안 내시고(빚 내면 죽는 줄 아십니다), 신용카드 한 장 만든 적 없으신 어머니가 자신의 평생 신념을 어기시고 저보고 주식을 하라고 하시니......
거기다 저는 손만 대면 모든 게 황금으로 변하는 '마이더스의 손'이 아니고, 손만 대면 떨어지는 '마이너스의 손'입니다. 주식이면 주식, 원유면 원유, 천연가스면 천연가스, 선물이면 선물 모두 손해를 봤습니다. 가장 바보짓은 서울에서 8년간 살면서 전월세만 4번 살면서, 집을 안 산 것입니다. (아래 글 참조)
https://brunch.co.kr/@sssfriend/180
인터넷, 폰뱅킹도 못하시는 어머니께서 그 얼마 안 되는 수수료를 아끼신다고 형수님을 통해 저에게 300만 원을 부치셨습니다.
300만 원. 그 돈을 벌려면 어머니께서 4달 넘게 일하셔야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셔서, 몇 시간씩 바닥을 쓸고 닦아야 손에 쥘 수 있는 돈입니다.
몇십 년 동안 어머니께서는 안 해 본 일이 없으셨습니다. 횟집, 국숫집, 백반집 식당일이며, 김치공장, 인삼공장에 파출부에 간병은 물론이고 마트, 모텔, 은행 청소까지. 평생 동안 일을 안 하신 날이 손에 꼽을 정도고, 몸이 아파서 잠시라도 쉬면 큰 일이라도 난 듯 불안해하셔서
"아이고, 아무 것도 안 하니 몸이 더 아프네."
라며 편히 쉬지를 못하십니다.
평생 성실하게 우직하게 일만 하시는 어머니를 누가 주식에 뛰어들게 만들었는지 화가 나고 슬픕니다.
돈을 받긴 받았는데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까, 고민하다 친구들에게 물었더니, 한 친구가 정답을 내놓았습니다.
친구 말대로 조용히 갖고 있다가, 그냥 30만 원 보태서 다시 돌려 드려야겠습니다. 당연히 어머니께는 비밀입니다.
덧붙이는 이야기:
내년에 어머니께 300만 원을 330만 원으로 드리면, 어머니께서 들고 있던 적금까지 깨고, 친적까지 끌어모으셔서 저에게 투자해달라고 하시면 정말 곤란한데......
덧붙이는 이야기 II :
다음 메인에 운 좋게 걸리면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응원과 성원 감사합니다. 다만 제 브런치와 글을 지금껏 읽어오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글은 투자에 대한 글이 아니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투자에 대한 조언 및 충고는 감사드리나, 이해 부탁드립니다. ^^;;;;;;;;;
브런치에서 썼던 글의 일부가 <의사의 생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구독자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몇몇 분들이 브런치의 글들이 사라졌다고 물어보시는데, 책이 발간됨에 따라, 책에 실린 글들은 브런치에서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해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22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