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리의사 Dec 12. 2020

선별 진료소 현황 -3편- 코로나 검사, 이제 무료

팩스 200장에 담긴 내용을 한 줄로 줄이면

 오늘 아침에도 선별 진료소로 환자가 왔답니다. 저는 먼저 가운을 벗고, 후리스를 입습니다. 날이 추워서 방호복만으로는 밖에 있다 감기 걸리기 십상입니다. KF94 마스크를 벗어 오른쪽 호주머니에 넣고, N95 마스크를 씁니다.  노란 고무줄이 단단하게 제 뒤통수를 조여옵니다. 한 손으로 코에 있는 쇠막대를 눌러 고정시킵니다. 1회용 방호복의 비닐을 벗기고, 페이스 실드에 붙어있는 코팅지를 벗겨낸 후, 두 개의 비닐을 한 번에 쓰레기통에 넣습니다. D급 방호복은 대(大) 자로 앞에 자크가 달려 있습니다. 먼저 앞에 달린 자크를 엽니다. 그다음 신발을 벗고 왼쪽 발부터해서 뒷걸음질 치면서 양발을 D급 보호구에 넣은 다음 양팔을 집어 넣습니다. 후드를 쓰고, 후드 위로 페이스 실드를 씁니다. 장갑을 끼기 전에 소매를 최대한 끌어올려 손바닥 절반을 덮은 후, 장갑을 끼면 끝입니다.

 마치 우주인 같습니다. 우주복이면 에어컨도 나오고 히타도 나올 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응급실 문을 통해 나간 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23세 젊은 여자입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어요?"

 "코로나 검사하려고요."

 "어디 아프거나, 코로나 관련해서 접촉한 적 있으세요?"

 "아니요. 없어요."

  '그럼 왜?'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지만 참습니다.


https://brunch.co.kr/@sssfriend/248


 어제 글에서 며칠 전 보건소에서 팩스 200장이 왔다고 썼는데, 200장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검사비 무료>

 (이 한 줄을 200장으로 말을 만들어낸 공무원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소설책을 쓴 적이 있고, 작가이지만 저 한 줄을 200장으로 쓸 능력은 없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검사비가 무료인 걸 알고 온 겁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증상이 없고, 코로나 관련 접촉이 없었다면  검사비 7만 7630원에, 선별 진료소 이용료 19,200원. 합해서  9만 8,630원이었지만 팩스가 온 날 이후로 검사비가 보험이 되어서 선별 진료소 이용료 19,200원만 내면 됩니다. (12월 14일부터 보건소는 선별진료소 이용료가 없어서, 완전 무료입니다)

 어깨에 힘이 쭉 빠집니다.


 검사 위해 내원. 증상 없음. 코로나 접촉력 없음.

 

 제가 할 기록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 한 명으로 끝이 아닙니다. 45세 아주머니도 그냥 검사를 위해 왔습니다. 하하하...... 만세...(이럴 바에 전 국민 검사하지..... 근데 왜 검사비 무료라고 하면서 또 홍보는 왜 하지 않을까요? 일부러 팩스 200장을 보낸 이유도???) 또 한 명, 또 또 한 명.


https://news.joins.com/article/23943862

 인력도 없고, 병상도 없고,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이제 검사비는 무료입니다. 검사하고 싶으면, 이제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인력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인가 봅니다. 검사비 무료인 거 알면 사람들이 더 많이 올 텐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검사를 많이 하면, 코로나 검사 양성 비율은 낮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사를 적게 했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이제 검사비 무료입니다. 19,200원만 내면 코로나 검사할 수 있습니다.
(12월 14일부터 보건소는 100% 공짜입니다)

검사비는 무료지만, 세상에 공짜는 아닙니다. 기존 검사비 7만 7630원은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냅니다. (그 돈으로 백신을 사지) 다만 이 사실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게 되면, 검사를 위해 줄 서야 합니다. 옷 따뜻하게 입고 오십시오.  



여기는 경기도 의정부입니다. 지역마다 정책이 다를 수 있으므로 내원 전 병원에 확인 전화 부탁드립니다.



  브런치에서 썼던 글의 일부가 <의사의 생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구독자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몇몇 분들이 브런치의 글들이 사라졌다고 물어보시는데, 책이 발간됨에 따라, 책에 실린 글들은 브런치에서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22170


  

작가의 이전글 모든 게 완벽했다. 11월까지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