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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Dec 11. 2020

 모든 게 완벽했다. 11월까지는

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을까?

 정부는 검찰 개혁과 공수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국민들 관심은 모두 코로나와 부동산에 몰려 있습니다. 현재까지 화이자는 영국에서 이미 접종을 시작했고, 모더나는 12월 17일 FDA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아스트로제네카는 음... 사실상 몇 달은 더 걸릴 상황입니다. 부동산은 음음음....


 정부는 이런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welfare-medical/2020/12/08/UP432DFEENE3NDALWB6OF3LP5E/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이 아직 개발 완료 전 단계이고, 백신 접종 과정에서 부작용 등 성공 불확실성이 여전히 있는 만큼 당초 정부에서 발표한 3000만 명분보다 더 많은 백신을 선구매하기로 했다


 저는 이 보도를 읽고는 책상을 내리쳤습니다. 왜냐면

 <선구매했다>가 아니라, <선구매하기로 했다>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나는 그녀와 결혼했다."가 아니라,

 "나는 그녀와 결혼하기로 (혼자서 다짐)했다."는 뜻이거든요. 상대 여성에게 아직 프로포즈도 안 한 겁니다.


 실제로 계약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뿐입니다. 그럼 왜 굳이 아스트라제네카 였을까요?


<백신 비교>


1. 다른 백신에 비해서 비용이 비교적 저렴합니다.

 전 국민(5000만 명) 기준으로 모더나는 1조 4천억 원, 화이자는 1조 1천억 원에 비해 아스트로제네카는 2천억 원입니다.  대략 1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올해부터 한약 첩약 보험에는 대략 8000억 정도가 들 정도이고, 국가가 국민들에게 뿌렸던 1차 재난 지원금 규모가 12.2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적은 돈입니다. 재난지원금을 뿌리지 말고, 조기에 백신을 구입해서 코로나를 종식시켰으면 더 좋았을 겁니다.


2. 유통 문제

 화이자는 영하 70도, 모더나는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하지만 잘 보시면 화이자는 냉장에서 5일, 모더나는 냉장에서 한 달 보관이 가능합니다. 또한 영하 20도는 집에 있는 냉동실 온도입니다. 영하 70도는 그렇다 치고, 영하 20도는 상당히 관리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올해 정부는 냉장상태로 보관해야 하는 독감 백신 관리조차 못하면서 영하 70도, 영하 2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모더나 백신 유통에 겁부터 먹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성급하게 유통이 쉬운 아스트로제네카와 덥석 계약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963096.html


3. 부작용으로 인한 문제

 

 지금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독감 접종 부작용으로 2달 전만 해도 난리였죠. 11월까지만 해도 확진자가 적어서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최대한 늦추면서 다른 나라에서 접종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가장 안전한 백신을 접종할 생각이었을 겁니다. 발표도 그렇게 했고요. 하지만 12월 들어 확진자가 폭발하면서 모든 것이 바뀐 상태입니다.


4. 아스트로제네카-SK바이오팜 국내 위탁생산 가능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111815716

 아스트로제네카는 SK 바이오팜과 백신 국내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습니다. 즉 잘만하면, 국내에서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꿩 먹고 알 먹고입니다. 국내에서 백신도 생산하고, 국내 기업도 키워주고.

SK바이오팜은 SK케미컬이 지분의 98%를 가지고 있습니다. SK 케미컬 주식은 폭등했습니다. SK 바이오팜은 올해 상장하면서 대히트를 쳤고요.


 


 한국은 11월만 해도 코로나 환자가 급등하지 않고, 잘 유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최선의 상황만 생각했을 겁니다. 몇 달 전 독감 백신 유통으로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았고, 독감 백신 부작용 문제로 곤혹을 치렀던 걸 생각하면,  '천천히 다른 나라 백신 접종하면서 부작용 발생하는 거 지켜보면서 하면 되지.'가 속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국내 생산이 가능한 아스트라제네카로 백신을 접종해서 코로나를 물리치면 정말 완벽했습니다. K-방역의 위대한 성과를 이룰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2월 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국내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였습니다. 당장 코로나 백신이 급해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최선의 경우만 생각을 했고, 쇼를 할 준비에 바빠, 최악의 경우(1. 갑자기 코로나 환자가 폭발하거나, 2. 아스트로제네카 백신의 생산이 늦어지는 일)를 전혀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말장난이죠. 결국 "선구매했다."가 아니라, "선구매하기로 (우리끼리) 결정했다."가 전부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미국처럼 백신 계발에 지원하고 나섰으면 됩니다.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00827/102668034/1

미국 정부는 독일 바이오 회사인 모더나에 3조 가량 직접 투자를 해서, 백신 계발시 미국 우선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트럼프는 싫어하는데, 이 점만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더 쉬운 방법도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백신을 계약한 다음,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 계약을 파기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최선의 상황만 고려한 후, 최악의 상황에 대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외식과 숙박 쿠폰을 돌리고,  k-방역을 1300억 들여 홍보하고, 공공 의대를 설립하고, 의사를 적폐로 규정하고, 의료진을 갈라 치기 하고, 한약 첩약을 보험화 시켰습니다. (그외에도 정말 많은 일들을 했습니다.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등) 대유행을 대비해야 할 귀중한 시간 동안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쇼를 했습니다. 코로나는 한 정치인의 말 그대로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http://medigatenews.com/news/1734136703 


 8월에 미리 확보한 병상마저도 병상을 빼라고 정부가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2차 대유행이 있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850191

 11월에 외식과 숙박 쿠폰을 돌리고 얼마 안 있어 3차 대유행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코로나는 2월에 시작되었고, 언제든지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데 이제야 병상이 부족하다고 난리입니다.


"Hope for the best, prepare for the worst."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준비하라.

 

 정부라면 최악을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그들이 준비한 건 쇼뿐이었습니다.

 "Show must go on."

 그들의 쇼는 끝이 없고 죽지 말아야할 사람들은 죽어나갑니다.



 이런 글 쓰지말고, SK 케미칼 주식이나 잔뜩 사둘 걸 그랬습니다. 역시나 마이너스의 손인 저는 안됩니다. 사전 정보를 입수한 누군가??는 또 SK 케미칼 주식을 잔뜩 샀겠네요. 참 부럽습니다. 이러니까 다들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 하려고 하는 모양입니다. 처남, 처제 다 동원해서 관련 주 모두 사고, 그것도 안되면 사모펀드로 간접투자를 하면 되니까요.



 아참, 이번주에 하루는출근했는데 팩스 기계가 마구마구 똥을 싸고 있었습니다. 기계가 고장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부가 이번 주에 코로나 보험 기준 변경되었다고 그걸 설명하는 팩스를 200장을 보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0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꿈이냐 생시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선별 환자가 많아, 진료실과 선별 진료실을 왔다갔다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방호복에 마스크에 페이스 실드에 장갑을 벗었다 말다하고, 추위에 떨다 멘탈이 나갔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ㅠㅜ


 


  브런치에서 썼던 글의 일부가 <의사의 생각>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구독자분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몇몇 분들이 브런치의 글들이 사라졌다고 물어보시는데, 책이 발간됨에 따라, 책에 실린 글들은 브런치에서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82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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