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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Dec 14. 2020

시어머니에게서 온 문자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


 13일 일요일 오후에 어머니가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가 너희 병원에

 코르나중한자를투입한다는데

 힘들어서어떡하니 세상이

 왜이렇게 너히를 힘들게하니 아가

 잘참고견디보자 항상몸조심해요."




 아내가 다니는 병원에 코로나 확진자 전담 치료 병상을 120개 만든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많으신 당신께서 연락을 하신 겁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걱정이 직업이십니다.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01213/104418313/2


 아내는 토요일날 코로나 전담 치료 병상을 120개나 확보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병원으로부터가 아니라 어이없이 뉴스로 알았습니다. 그 전에 병원에서 어떠한 상의나 논의도 없었습니다. 또한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전까지 병원으로부터 그 어떤 연락도 없습니다. 동의를 구하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 사정으로 이렇게 하기로 했으니 걱정스럽고 힘든 건 알지만, 협조해달라. "

 따위의 그 흔한 문자도 없습니다.


 지도자라면, 정부라면 결정사항을 알리고 국민을 설득 하는게 기본입니다. 설득할 자신이 없다면 설명이라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조차 없습니다. 오로지 "해라."가 전부입니다. 일방적인 통보입니다. 아니, 통보조차 해주지 않습니다. 정작 일하게 되는 당사자는 알지도 못했습니다. 정부와 지도자가 하는 것이라고는 언론 플레이뿐입니다.


 이미 OOOO병원의 많은 의사들이 거의 반강제로 병원을 떠나서 코로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 중입니다. 근무 조건은 경악스럽습니다. 24시간 근무, 24시간 휴식입니다. 그리고 24시간 일을 할 때마다 특별 수당이 10만원 더 나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월 360시간 근무를 시키면서, 겨우 150만원을 추가로 더 줍니다. (내가 24시간에 10만원 더 줄테니까 느그들이 해라)


 원래 아내 동기와 아내 둘이서 일을 하는데, 아내 동기가 코로나 생활치료센터로 차출되면서 아내의 로딩이 2배로 증가했습니다. 파견 나간 동기를 대신해 2배의 일을 해야하는 아내에게 추가 수당 따위는 커녕 수고한다는 말조차 없습니다.  


 병상만 마련해서 되는게 아닙니다. 의료인력은? 음압격리실은? 음압격리 중환자실은? 벤트(벤틸레이터. 인공호흡기)는?


 세계 2차 대전에 처칠의 연설이 기억납니다.


 I have nothing to offer but blood, toil, tears, and sweat.

                                      (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

...

 처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국민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고통을 감내하자는 연설을 할 지도자가 나오기를 빕니다. 1200억이나 들여, 자화자찬 하는 정부 말고.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납니다.



 올해 들어 날이 많이 춥습니다. 야외에 설치된 선별 진료소를 방문하실 분들은 늘어난 환자로 오래 기다릴 수 있으니, 옷 따뜻하게 입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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