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리의사 Dec 29. 2020

 코로나에 걸리면, 절대 아프지 마십시오.

이미 의료는 붕괴되었다. 나에게 닥치지 않았을 뿐

 며칠 전 일입니다. 30대 남자 환자가 선별진료소에 왔습니다. 38.2도로 열이 나고, 우측 아랫배에 통증을 호소하였습니다. 코로나에 걸리면 절대 아프지 마세요.


 '아베(appenditis, 충수돌기염, 일명 맹장염의 준말)네.'

여자라면, 골반염도 고려해야겠으나 남자라면 딱 하나만 감별하면 됩니다. 물론 맹장염에서도 열이 긴 합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초음파나 CT를 찍습니다.

 "언제부터 아팠어요?"

 "이틀 전부터요."

 '흠. 열도 나고 시간도 좀 됐네.'

 열이 나니 기본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코로나가 아닌 걸 확인해야 병원 안에 들어가서 CT를 찍을 수 있습니다. 지금이 아침 열시니까, 검사 결과는 밤 10시에 나올 겁니다.

 "환자분, 맹장염 같은데 일단 CT 찍어야 합니다. CT 찍어서 맹장염이면 수술해야 하고요. 그런데 열이 나서 코로나 검사를 해야 돼요. 코로나가 아닌 걸 확인해야지만 병원에 들어올 수 있거든요. 일단 지금 검사하고, 오후 4시부터는 물도 먹지 말고 기다렸다가 밤 10시에 코로나 음성 확인되면 바로 응급실로 다시 오세요. 아시겠죠?"

 "네."

 "오후 4시부터 아무것도 먹지 마세요."

 다음 날 아침에 병원에 출근해서, 그 환자의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코로나가 아니었고, CT 상에는 이미 맹장염을 넘어서 탁구공만 한 고름이 맹장 주위에 생겼습니다. CT를 찍고 수술방으로 직행했습니다. 맹장염 진단하는데 아니 정확히 CT 찍는데 12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침에 내원하자마자 바로 CT를 찍어도 되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혹여나 그 환자가 코로나로 확진이 된다면, 환자가 다녀갔던 CT실은 24시간 폐쇄됩니다. CT를 못 찍으면 병원이 아예 안 돌아갑니다. MRI도 마찬가지고요. 어쩔 수 없이 코로나 음성인 것을 확인한 후 검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술요? 수술은 최소 한 시간 이상 걸립니다. 밀폐된 수술실에서 코로나 환자를 수술하려면, 아무리 보호장비를 착용한다고 하더라도 2주 격리를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래 뉴스와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합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5408&ref=A

 

그뿐이 아닙니다. 의심환자와 확진자가 폭발해서 저런 경우는 수 없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의료 전달 체계가 완전히 마비된 상황입니다.


<모든 의료 전달체제가 마비된 상황>


 코로나가 확진되고, 증상이 없거나 경미할 경우 <생활치료센터>로 가게 됩니다. 물론 자리가 났을 때 말입니다.


 <생활치료센터>의 목적은 1. 격리 2. 상태 악화 시 병원 전원입니다.

 

 의사가 있기는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한 약 처방과 엑스레이 촬영뿐입니다. 수액은 물론 주사도 없고, 혈액검사도 할 수 없습니다. 지인이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열이 나거나 X-ray 상에서 폐렴이 의심되면 모두 병원으로 보냈지만 이번 달에 환자가 폭증한 이유로는 병원 전원 기준이  


1. 3일 이상 열 지속 시

2. 숨쉬기 곤란하여 산소가 필요할 경우


 로 바뀌었으며, 심각한 상황임을 알려주었습니다. 3일 이상 열이 나고,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라면 상당히 중증 상황이지만, 이미 코로나 수용 병원이 포화상태라서 어떻게든 해열제로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생활치료센터라도 들어갈 수 있으면 다행입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134549

 

 코로나 병원은 자리가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거기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병원 전체가 격리에 들어간 미소들 요양병원은 이미 완전히 마비, 아니 아비규환입니다. 24시간 근무하는 의료진과 간병인은 이미 탈진한 상태이지만 인력 보충은 없습니다. 거기다 환자 상태가 악화되어도 다른 병원에서 전원을 받아주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환자들이 사망하였고, 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겁니다.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5108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064731


 앞으로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폭증하기 시작할 겁니다. 코로나로 입원을 해도,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도 필요한 혈액 투석이나, 관상동맥 조영술, 위내시경, 응급 수술을 제때에 적절히 받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환자에게 관상동맥 조영술을 하거나 응급 수술을 하면, 최소 하루는 기계 및 수술실을 못 쓰게 되는데, 그러면 다른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소 200 병상 이상, 중환자실이 있고, 응급 수술, 관상동맥 조영술, 혈액 투석, 위내시경, 인공호흡기 등 모든 시술과 검사, 수술이 가능하면서 오로지 코로나 환자만 전담하는 대형 병원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코로나로 인해 의료시스템이 마비된 상태인데, 이상하게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고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열이 나서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만 달랑하고 해열제만 받아서 몸을 벌벌 떨면서 집으로 돌아갈 때야 알게 될 겁니다. 이미 선별 진료소에서 "그냥 가라니, 이러다 죽으면 책임질 거야?" "뭐라도 해줘야지?" 고성이 오가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 중국이 대규모로 체육관 등을 동원해서 시설을 만드는 것을 우리는 지켜보았습니다.

<올해 2월 중국, 출처 국제신문>
 우리에겐 11개월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감염병 특성상 언제든지 감염자가 폭발할 수 있기에, 최악을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인력을 보충하고 교육시키고, 환자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병상을 확보했다면 이와 같은 상황이 찾아오지 않았을 겁니다.

 방호복을 입고 시린 손을 겨드랑이에 끼운 채 추위를 쫓기 위해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겨울 찬바람을 버티며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이렇게 가라고? 아파 죽겠는데?"라는 환자와 보호자의 절규를 듣고, 지인들에게 <생활치료센터>와 <미소들요양병원> 상황을 들을 때마다 참담한 심정에 화가 납니다.


 위기가 오면, 그 사람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절대로 아프지 마십시오. 열나거나, 기침, 가래, 콧물 흘리지 마십시오. 코로나에 걸리는 건 물론이고, 격리가 되어도 안 됩니다. 코로나 검사만 하고, 아픈 배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장 최악은 심근경색이나 중풍이 의심되어 당장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입니다. 뇌혈관이나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경우 최대한 빠른 시간(1~3시간), 즉 골든 타임에 병원에서 응급 시술을 받아야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거나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아마도 엠뷸런스를 타고 길 위에서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빙빙 돌아가 죽을지도 모릅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1220050100004



 물론 코로나가 아닌 중증 환자의 치료 및 입원 또한 지체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입원을 하려면 무조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인 것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검사도 밀려서, 최소 12시간 걸리던게 이제는 24시간 걸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캐나다는 왜 인구의 10배가 넘는 백신을 주문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