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흥미롭고, 슬프며, 오싹하고, 안타까우며, 의학적인 책

by 빛나리의사


<치료 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 질환과 범죄 이야기>라는 부제가 책 내용을 너무나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와, 이렇게 한 치의 빈틈도 없는 이과적 감성이란.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깜짝 놀란 건, 지은이가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는 사실. 거기다 아름다우시기까지 하다. 거칠고 무서운 환자이자 범죄자와 상담을 하는 게 여자 의사라니. <양들의 침묵>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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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모니터에 뜬 담당 환자 수는 163명으로, 작년부터 거의 2년째 환자 수가 이 수준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서 규정하는 정신과 병원의 의사 일인당 적정 환자수는 60명인데, 내가 보고 있는 환자 수와 비교하면 삼분의 일 수준이다. 18p


-언제나 그렇듯 열악한 환경이다-


보통의 정신과 병원처럼 주치의가 주기적으로 회진을 돌고, 면담을 하고, 간호사와 보호사가 간호사실에 상주한다고 설명했더니 병원처럼 운영되는 곳인지 전혀 몰랐다면서 화들짝 놀라는 것 아닌가. 인원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인권위원회 조사관들조차 국립 법무병원을 교도소와 같은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이 이렇게나 놀란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고, 그만큼 대다수의 사람이 이곳에 대해 편견과 오해가 있음을 확인했다. 29p


-음,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꽤 많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 왜 범죄자를 치료하는 데 우리 세금을 써야 하느냐고. 솔직히 나도 예전엔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곳에 와서 환자를 보면서 내린 결론은 ‘이들에게는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치료는 범법 정신질환자 개개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이들을 치료하는 일은 결국 재범 방지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의 깊이를 감히 헤아리긴 어렵지만 ‘재범을 막는 일’은 대게의 피해자가 원하는 일일 테고, 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31p


-저도 100% 동의합니다-


환자들이 병원 밖에서 불안정한 상태에서 제대로 해내지 못했던 ‘제때 식사하고, 제때 약을 먹고, 제때 잠을 자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게 폐쇄병동의 목적이다. 46p


-의사지만 몰랐네요. 잘 배웠습니다-


눈에 레이저가 들어온다고 눈을 감고 다니면서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급기야 병실에서 옷을 훌러덩 벗었다. 그런데 진짜 망상이나 환청 같은 정신병적 증상 때문이라면 자신의 알몸을 마음껏 보여주었을 텐데 막상 옷을 벗고 나니 생각보다 좀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일부러 여자 주치의가 어떻게 행동하려나 하고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 성기 부위를 가리려고 다리를 이리 꼬았다가 저리 꼬았다가 오므렸다가 손으로 가렸다가 애를 썼다. 누가 보아도 ‘옷 벗고 쇼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56p


-ㅋㅋㅋㅋ 앞으로 미친 척할 때, 꼭 참고하겠습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정신감정을 할 때 ‘죄를 인정하되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이다’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68p

-그렇군요. 무죄가 아니라, 유죄를 전제로 하군요-


정신과 의사로서 늘 하는 말이 있다. “모든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 환청, 망상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나는 치료받은 조현병 환자는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며 범죄도 저지르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이들에게 ‘약물치료’라는 큰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다. 128p

-저도 100% 동의합니다.-


-술에 관해서-


정신과 의사에게 유독 치료가 힘든 질환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알코올 중독이다..... 정신과 의사들이야 알코올 중독을 당연히 ‘질병’으로 취급하지만, 대부분 그저 ‘나쁜 습관’ 정도로 본다. 환자 스스로도 알코올 중독이라는 정신질환에 걸렸다는 자각이 없고, ‘나는 알코올 중독’이 아니고, 지금은 그저 속이 상해서 술을 마시는 것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여긴다. 137 p


알코올 중독자가 하는 ‘3대 망상’이 있다. 혼자 끊을 수 있다는 ‘홀로 망상’, 자신은 충분히 조절하면서 마실 수 있다는 ‘절주 망상’, 한 잔만 마시겠다는 ‘첫 잔 망상’. 이 세 가지가 가장 위험한 생각이다. 146p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발적 의지’와 ‘악의’가 필수 조건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발적 음주를 한 경우, 특히 예전부터 술을 마신 뒤 여러 행동 문제와 법적 문제를 일으켰던 경우, 술을 마셨을 때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본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또 술을 마신 것이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야기한 것으로 봐야 옳다. 149p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이다.... 대게의 정신과 의사에게 이 사건에 관해 묻는다면,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 환자의 전형적인 피해망상으로 인한 살인사건이라고 답할 것이다. 174p


조현병 환자가 치료받지 않았을 때 증상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 범죄다... 우리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막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바로 그들이 적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다. 181 p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살인을 저지른 조현병 환자의 범행 대상은 주로 친부모이고 그중 어머니가 32.3퍼센트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183 p


조현병 환자의 살인 범죄는 약 600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하는데 대부분 발병 후 첫 치료를 받기 전에 일어난다고 하고, 치료를 받은 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93퍼센트 감소한다고 한다. 186p


-조현병 환자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나 또한 https://brunch.co.kr/@sssfriend/281 에서 “환청과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조현병 환자가 치료 없이 방치된 상태로 지내다 피해망상이 심해져 벌인 사건. 이정민 씨가 만약 2016년 1월 퇴원 후에도 치료를 잘 받았다면,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작가도 완벽하게 일치한 소견을 보였습니다.-


나는 진정한 환자의 인권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268p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토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강제입원의 적합성’에 관한 판단을 의사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긴다는 데 있다. 입원 적합성 여부는 전문성을 갖춘 독립된 기관에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305p


-아, 이 부분은 생각해 보지 못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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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 글을 쓸 때도 참고할 좋은 책이다. 다만 환자 묘사나 이야기의 구성 등에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지금도 훌륭하지만 더 뛰어난 책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앞으로 계속 좋은 글을 써 주시기를 응원합니다.


또한 환우 여러분과 보호자분들께 힘내시라고 말씀 드립니다. 좀 더 나은 세상이 오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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