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와 <머니볼>
남이 하지 않은 방법으로
성공하면 혁신이고, 실패하면 병신이 된다.
1985년은 영국 축구가 최초로 최저점에 도달한 해였다... 관람석 아래 쓰레기 더미에 불이 붙었는데, 마침 소화기가 없어서 쉰여섯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후진 스타디움에서 후진 인간들이 벌이는 후진 경기’ 50p
구단을 물려받는 것이 프랑스 남부에 있는 다 무너져 가는 성을 물려받는 것과 진배없다고 여겼다. 즉, 구단을 노력해서 꾸려야 할 사업체가 아니라 평생 돈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보는 것이다. “저는 구단을 금융 자산으로 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 각자 30실링에 주식을 샀을 때도 솔직히 돈 낭비라고 여겼어요.” 52p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 리그>
그랬다. 축구 구단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낭비였다. 거기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텔레비전의 축구 정규 중계가 그때까지도 풋볼리그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관중 수에 영향을 미칠까 겁을 먹은 구단들은 후반전 이전까지는 ITV의 촬영을 허가하지 않았다. 62p (뭐라고? 중계를 안 해줘? 이런 미X)
사람들 모두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만수르와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알지만, 가장 먼저 축구 구단에 투자한 것은 블랙번의 구단주, 잭 워커였다.
가업인 철강 회사를 3억 파운드(4500억)에 팔면서, 워커는 영국에서 25번째로 돈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철강으로 번 돈을 아낌없이 써서라도 그 빌어먹을 것을 통째로 이길 생각이었다. 114p
매일 아침,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각자 알아서 세탁한 훈련복을 입고 스타디움에 모여 각자 몰고 온 차에 타서는 화장장 아래 언덕 질척 질척한 운동장으로 억지로 나가곤 했다. 여기저기 지뢰처럼 흩어져 있는 개똥은 여러 문제 중 하나일 뿐이었다. 훈련장을 세월아 네월아 지나가는 장례 행렬 때문에 이따금 훈련을 중단해야 할 때도 있었다. 선수들은 훈련을 계속해야 할지, 차려 자세로 서 있어야 할지 매번 갈피를 잡지 못했다. 119p
열악을 넘어 비참한 상황이었다.
가장 먼저 돈 많은 구단주는 <투자>를 한다. 계속 말하지만 1980년과 1990년대에 축구 구단에 돈을 투자하는 건 낭비였다. 그렇기에 축구팀에 돈을 투자하는 건 혁신 아니면, 병신이었다.
그 러시아 부호는 카자흐 국경 근처 출신에 추레한 차림새의 36세 남자로, 정유 회사 시브네프트를 운영하면서 개인 재산이 70억 파운드(10조)에 달하고 보리스 옐친과 블라디미르 푸틴의 절친으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171p
"돈 벌자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 돈을 벌려면 이것보다 훨씬 더 확실한 방법은 많습니다. 헛돈 쓰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재미 좀 보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그러려면 성공도 하고 트로피도 따야겠죠." 173p
"우리한테는 남는 게 돈이었죠. 축구계에서 유례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불신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175p
야심만만한 젊은이의 인생에서 프로 팀을 사들일 기회가 왔을 때, 주머니에 몇 십억 달러가 있으면 대게 순조로워진다. 250p
셰이크 만수르는 문자 그대로 왕가의 왕족으로 입에 다이아몬드 수저를 물고 태어난 인물이었다. 251p
만수르와 아브라모비치는 우리가 위닝이나 피파에서 간절히 원하는 선수 카드가 나오기를 두 손 모아 비는 동안 직접 선수를 돈 주고 산다. 부럽다. 진짜 부럽다.
경기장을 신축하고, 스타 감독을 영입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퍼거슨, 아스날은 뱅거, 첼시는 조제 무리뉴를 데려온다. 그다음은 선수다. 당연히 팀의 순위가 오르고, 사람들이 열광한다. 그러면 팔기 시작한다. 더 비싼 값으로.
그리고 성공했다.
2005년 봄,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했다. 176p (2020~2021년 챔스 우승까지)
2012년 만수르의 맨체스터 시티가 추가 시간에 두 골을 추가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타이틀을 낚아챘습니다. p 343
그뿐만 아니다. 대박이 났다.
1983년 2년짜리 중계권 계약은 70억이었지만, 2006년 3년짜리 텔레비전 중계권 패키지가 3조 3천 억 원으로, 수백 배 이상 올랐다. 방송 중계권뿐만 아니다. 선수를 팔고, 티셔츠, 모자, 기타 돈 되는 모든 것을 판다. 심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주식도 있다. 무려 4조 원에 해당하며, 나도 주주다.
겨우 9년 만에 해외 중계권 수익 687% 증가라는 압도적 업적을 이룬 것이다. 406p
이제 야구로 넘어가자. 영국 축구가 과거에 구단에 돈을 붓기 시작한 게 혁신이라면, 미국 야구에서 돈을 쓰는 건 이미 구식이었다.
가장 부유한 구단인 뉴욕 양키스는 팀의 총연봉으로 1억 2600만 달러를 지급했는데,
가장 가난한 구단인 오클랜드 에이스와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의 연봉 총액은 양키스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4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머니볼> 11 p
혁신이 필요했다.
양키스의 방식을 따라서는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게 하다간 매번 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보다 세 배나 많은 돈을 가지고 구단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175 p
스카우터가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뽑는 기존의 방식은 이랬다.
우리는 단지 실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재능을 봅니다. 이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28 p
스카우터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 사연을 가진 전직 선수 출신이었다..... 메이저 그리 스타가 되지 못한 선임 스카우터들은 젊은 선수를 통해 대신 꿈을 이루고 싶어 한다. 57 p
“통계수치 따위에는 신경 쓰지 말라고. 대학야구 기록 따위가 뭐가 중요하다고? 그 선수를 꿰뚫어 보라고. 장차 뭐가 될지 상상해봐. 59p
하지만 구단주이자, 과거 주목을 받았지만 실패한 메이저리거인 빌리 빈과 경제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폴은 달랐다. 둘 다 괴짜였다.
빌리는 직접 경기를 보는 일만큼은 하지 않았다. 경기를 실제로 보면 지나치게 흥분하는 바람에 이른바 과학적인 야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222 p
둘은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빌리는 야구에 합리성, 더 나아가 과학을 도입하고자 했다. 39p
폴은 통계 수치를 이용해 아마추어 선수들을 새롭게 분석하고자 했다. 41 p
폴은 다른 무엇보다도 볼넷을 중시했다. 60 p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력이야말로 타자의 성공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다 61 p
선수를 찾기 위해 방문해야 할 곳은 바로 폴의 컴퓨터였다. 66 p
빌리 빈은.. 모든 프로야구팀의 통계를 하나의 방정식에 대입해 그중 어떤 기록이 승률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두 가지 공격 부분의 통계를 알아냈는데, 바로 출루율과 장타율이었다. 그 밖의 통계는 이 두 가지에 비하면 중요도가 훨씬 떨어졌다. 184 p
그의 공식에 따르면 출루율 증가는 동일한 비율의 장타율 증가보다 세 배나 큰 가치가 있었다. 186 p
놀라운 사실은 오클랜드 프런트가 그렇게 강조하는 출루율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출루율이 좋은 선수의 시장 가격은 헐값이나 다름없었다는 점이다. 205 p
마감 시한 직전에 선수를 사들이는 것은 오스카 시상식 다음 날 여배우들이 입었던 드레스를 사들인다거나, 이혼의 도시 리노에서 중고 결혼반지를 사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273p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헐값에 데려오기 시작했다. 투구폼이 괴상한 투수를 싼 값에 뽑았다.
당연히 사람들은 반발하거나, 또는 무시했다.
스카우터들은 어린 선수를 볼 때는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그 대척점에 있는 ‘기록 중심의 스카우팅’이라는 말을 모욕이라고 느꼈다. 66p
판타지 게임이 아닌 실제 구단의 단장들은 여전히 새로운 지식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31p
그리고 성공했다. 2002년 정규시즌에서 전체 승률 2위를 기록한다.
축구에서 야구에서 다른 팀들도 그 둘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혁신은 곧 구식이 되어버렸다.
다시 축구로 가보자.
세상에서 가장 돈 많고, 가장 경쟁 치열하고, 가장 시청자가 많다며 다들 호들갑이었지만 정작 프리미어리그는 축구계의 슈퍼 엘리트를 더 이상 살 수 없었다. 463p (더 돈이 많은 구단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문제점들이 드러난다.
영국 1부와 2부 리그에 속한 마흔네 개 구단 중 총 스물일곱 개 구단이 외국인 주인(그중 억만장자가 열다섯이었다)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216p
이 시장은 사기, 탈세, 돈세탁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335p
최근 시즌에 돌입한 구단주 목록에 헤지펀드 억만장자, 전직 기업 매수자, 부동산 투기꾼, 그리고 전문 도박사가 포함된 것 390p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100년도 더 넘은 옛날, 지역 인부와 공장 노동자가 세운 두 영국 축구 구단이 이제 억만장자 조세 도피 영국인과 아부다비 왕가의 고위 일원의 지위 과시용 투자처, 장난감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542p
프리미어리그 팬들한테 뒷면에 선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를 사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 되어버렸다. p 347
프리미어리그는 선수와 선수 에이전트의 손아귀에 있는 것 같았다. 371p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지) 팬과 구단을 운영하는 사업가 사이의 어그러진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리그의 과제로 부상했다 521p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팬이 내야 할 돈이 800% 가까이 뛰어올랐단 얘기가 된다. 541p
거기다 거품마저 낀 것일까?
2018년 2월 영국 방송권 판매로 44억 파운드(6조)를 받아냈지만 분석해 보니 15년 만에 처음으로 개별 시합 평가액이 폭락한 것이었다. 522p
야구도 마찬가지다. 다른 팀들도 출루율과 통계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서 더 이상 출루율이 높거나 좋은 기록을 가졌으나 저평가된 선수를 헐 값에 사 올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선수들의 연봉이 급상승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추신수 선수이다.
두 책 모두 정말로 뛰어난 책이다. 새로운 시각, 깊이에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큭큭 대며 읽고 있다. 야구와 축구, 부자 구단과 가난한 구단, 영국과 미국, 서로 다른 소재로 같이 읽기에 좋다. 칸토나, C. 호나우도 같은 선수뿐만 아니라, 벵거, 무리뉴, 퍼거슨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풍부하다. 다만 프리미어 리그, 강등권, 드래프트, 출루율, OPS, 스카우터 등 축구와 야구에 관한 기본 상식이 있어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축구의 제국, 프리미어리그>라고 했지만 2009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퍼거슨의 맨유는 바르셀로나에 2:0으로 그것도 압도적으로 졌다. 이미 2006년, 바르셀로나가 아스날을 꺾은 후부터는 이미 프리미어리그는 축구의 제국이 아니지 않았나? 영국인이라 국뽕을 담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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