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과 의료인은 닮았다.

둘의 공통점

by 빛나리의사

알리바이로 용의자를 제외하고, 각종 단서를 통해 범인을 밝혀내는 것처럼 의사 또한 문진부터 혈액이나 영상 검사 등으로 질병을 찾아낸다. 나는 의사 초반에 보호자에게 “왜 형사처럼 취조하는냐?”는 불평을 들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고객들(환자들)에게 매양 밝고 희망적인 말만 해줄 수는 없다. 고깝게 들릴지언정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 가장 실리에 근접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의뢰인(환자)을 위해 변호사(의사)가 할 일이고 해줄 수 있는 일이다. -오늘도 쾌변 p24-


재판(병원)에서는 증거(검사 결과)로 말하는 게 원칙이다. -오늘도 쾌변 40p-


의뢰인(환자) 입장에서는 자기 체면도 있고 한데 굳이 약점까지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기가 좀 그렇고 그냥 자신 있게 밝힐 수 있는 부분만 가지고 변호사(의사)가 알아서 잘 구워삶아 승소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큰 것이다. -오늘도 쾌변 98p-

(==>성병 걸렸는데 끝까지 다른 여자랑 관계 안 맺었다고 끝까지 오리발 내밀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자, 그래서 내 사건은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됩니까?“

(자, 그래서 내가 살 확률은 얼마나 됩니까?”)

그럼 변호사(의사) 입장에서 정답은 뭘까?

"저도 모르죠."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아유 사장님, 이 사건은 무조건 이깁니다."(“무조건 살려냅니다. 치료 가능합니다.”)라고 장담한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인간의 탈을 쓴 신일 거다. -오늘도 쾌변 115p-

몇 해 전인가 가족들과 밥 먹으며 원빈님 주연 영화 <아저씨>를 보는데, 주인공이 나쁜 놈 패거리를 흉기로 콕콕 쑤셔 몽땅 살해한 뒤 여주인공 소녀의 눈알을 바라보며 처연한 표정을 짓는 장면이 나왔다. 모두가 입맛을 잃은 채 먹먹한 감정에 젖어들 즈음 무심결에 "다 죽였네. 무기징역만 나와도 다행인가" ("야, 각막이식 저렇게 안하는데. 눈 저건 저렇게 못 넣어. 그리고 엠뷸런스 뒤에서 장기를 의사 혼자서 장기 적출한다고, 어림도 없다. 마취과 의사, 집도의, 어시스트 간호사까지 있어야 하는데.")라며 쩝쩝거렸다가 방으로 쫓겨난 적도 있다. -오늘도 쾌변 187p-


현실에서 패소한 변호사(환자가 사망한 의사)는 어쩐지 죄인이 된다. -오늘도 쾌변 208p-


오늘도 쾌변-변호사

판사유감-판사

검사내전-검사

세 권을 모두 읽고 나니,


<오늘도 쾌변>은 다양한 의뢰인이,

<판사유감>에서는 착한 판사가

<검사내전>은 책이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쾌변>이 가장 재미있고, 책은 <검사내전>이 가장 잘 썼다. 나는 누가 썼는지도 모르고 <검사내전>을 읽었는데, 감탄했다. 흥미로운 소재에, 절묘한 구성, 거기다 깊이에 표현력까지. 4박자가 갖추어진 책이었다. 사실 작가가 누군지 끝가지 몰랐다면 <검사내전>을 추천하고 또 추천했을 것이다.


이 책으로 유명해진 검사는 결국 정치인이 되었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대게 도전적인 선전문구로 시작되나 읽어보면 하나마나한 잡담으로 채워지곤 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그런 책들의 저자들은 얼마 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더라. -검사 내전 381p-


이 구절은 결국 자신의 얼굴에 침뱉기가 되어버렸다. 경외감이 배신감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