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았다.
2018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첫 경험, 그리고 실수들."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서 조회수가 로켓처럼 폭발했다. 평생 없었던 운이 이날 다했다. 그 첫 경험이 '사랑'이 아니라, '기관 삽관'이었다.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시술에 관한 것이었다. 제목에 낚인 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 글을 쓴 나도 나지만, 메인에 올린 포털 사이트도 공범이다.
2008년 첫 책, <달리는 거야 로시난테>를 썼다. 13년 전이다. 40곳이 넘는 출판사에 CD를 구워 일일이 우편으로 보냈다.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우연히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나는 지리산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공중 보건의를 하는 3년 동안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남자 연애를 기록하다>, <시선>을 썼지만, 사실 책을 내준 출판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다. 책이 초판도 다 팔리지 않았기에 출판사에 손해만 끼쳤다. 기대를 실망으로 갚았다.
결혼을 하고 전문의 수련을 받고, 애가 태어났다. 6년간 글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브런치에 조회수 8만을 찍은 <첫 경험, 그리고 실수들>을 계기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 독자들을 만났다.
5번째 책, <의사의 생각>은 처음부터 괜찮았다. 백 군데 가까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도, 그전까지는 책을 내준다고 전화가 오면 바로 계약서를 썼다. 찬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의사의 생각은 4~5곳에서 연락이 왔고, 그래도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브런치 조회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게 출판사에게 어필을 한 것 같았다. 책이 나온 지 한 달만에 2쇄를 찍는다고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1년 동안 연락이 없다.
6번째 책, <너의 아픔, 나의 슬픔>은 더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제목은 <의사의 속사정>이었으나, 출판사와 10번 가까이 퇴고하고 글을 고친 끝에 제목도 다시 뽑았다. 먼저 브런치에 있는 글 중 가장 괜찮은 것만 선택했다. 그리고 새로 썼다. 단어 하나하나를 깎고 또 깎았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시를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부지런히 글을 썼다. 한 달에 한 번씩 다음 메인에 올라가고, 글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표지에 선생님 얼굴을 넣겠습니다.”
“네? 이 때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요? ”
“네, 이번에는 그렇게 할겁니다. 이미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 작가시잖아요.”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여튼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그리고 어제 또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예약 판매 들어갑니다.”
“네? 예약 판매요? 제가요? 그건 유명한 작가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요?”
“이제 유명 작가 되실 거예요. 그리고 12월부터는 교보문고 서점에서도 메인에 크게 들어갈 거에요. ”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다. 처음 책을 내고, 13년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브런치에서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고,
하트 버튼과 구독 버튼 눌러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누군가 가끔 글을 왜 쓰냐고 물어봅니다.
의사로서 환자의 몸을 치료하고,
작가로서 독자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브런치 편집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