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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Nov 18. 2021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운이 좋았다.

 2018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이브를 앞두고 "첫 경험, 그리고 실수들."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다음 메인에 올라가면서 조회수가 로켓처럼 폭발했다. 평생 없었던 운이 이날 다했다. 그 첫 경험이 '사랑'이 아니라, '기관 삽관'이었다.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의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시술에 관한 것이었다. 제목에 낚인 분들에게 사과를 드린다. 글을 쓴 나도 나지만, 메인에 올린 포털 사이트도 공범이다. 

<뭐, 이런 걸 다>

 2008년 첫 책, <달리는 거야 로시난테>를 썼다. 13년 전이다. 40곳이 넘는 출판사에 CD를 구워 일일이 우편으로 보냈다. 기다리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우연히 딱 한 곳에서 연락이 왔고, 나는 지리산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공중 보건의를 하는 3년 동안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남자 연애를 기록하다>, <시선>을 썼지만, 사실 책을 내준 출판사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다. 책이 초판도 다 팔리지 않았기에 출판사에 손해만 끼쳤다. 기대를 실망으로 갚았다.


 결혼을 하고 전문의 수련을 받고, 애가 태어났다. 6년간 글을 한 편도 쓰지 못했다. 그리고 브런치에 조회수 8만을 찍은  <첫 경험, 그리고 실수들>을 계기로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금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 독자들을 만났다. 


 5번째 책, <의사의 생각>은 처음부터 괜찮았다. 백 군데 가까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도, 그전까지는 책을 내준다고 전화가 오면 바로 계약서를 썼다. 찬 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의사의 생각은 4~5곳에서 연락이 왔고, 그래도 좋은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브런치 조회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는 게 출판사에게 어필을 한 것 같았다. 책이 나온 지 한 달만에 2쇄를 찍는다고 출판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1년 동안 연락이 없다. 


 6번째 책, <너의 아픔, 나의 슬픔>은 더 많은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원래 제목은 <의사의 속사정>이었으나, 출판사와 10번 가까이 퇴고하고 글을 고친 끝에 제목도 다시 뽑았다. 먼저 브런치에 있는 글 중 가장 괜찮은 것만 선택했다. 그리고 새로 썼다. 단어 하나하나를 깎고 또 깎았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시를 쓴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부지런히 글을 썼다. 한 달에 한 번씩 다음 메인에 올라가고, 글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표지에 선생님 얼굴을 넣겠습니다.”

“네? 이 때까지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요? ”

“네, 이번에는 그렇게 할겁니다. 이미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 작가시잖아요.”

“아니, 그래도, 그건 좀.”

“여튼 그렇게 알고 계십시오.”


 그리고 어제 또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예약 판매 들어갑니다.”

“네? 예약 판매요? 제가요? 그건 유명한 작가들이나 하는 거 아닌가요?”

“이제 유명 작가 되실 거예요. 그리고 12월부터는 교보문고 서점에서도 메인에 크게 들어갈 거에요. ” 


  



 태어나 처음으로 표지에 얼굴이 나온다. 부끄럽다. 


 교보문고에서 독점으로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12월 1일부터는 오프라인 교보문고에 메인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다. 처음 책을 내고, 13년간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브런치에서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고,
하트 버튼과 구독 버튼 눌러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신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누군가 가끔 글을 왜 쓰냐고 물어봅니다.

 

 의사로서 환자의 몸을 치료하고, 
 작가로서 독자의 마음을 치유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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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편집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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