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 미남의 마지막 선택

알랭 들롱을 추모하며.......

by 빛나리의사

중립국 스위스에는 비밀 조직이 많다. 불법 돈세탁의 창구 역할을 하는 스위스 은행부터 해서, 사람들의 자살을 돕는 단체인 <디그니타스>까지. 디그니타스는 특정 치료를 더 이상 하지 않는 '소극적 안락사'넘어서, 사람의 생명을 단축시키기 위해 의료진이 약물을 투입하는 '적극적 안락사'를 스위스에서 실제로 하고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적극적 안락사'이지만, 누구는 '조력 자살'이라고 하며, 또 어떤 이는 '존엄사'라고 한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2/03/19/HIYQGDLCMVFYXGCQUCUQHSXWAA/

20세기 최고의 미남 배우인 알랭 들롱가 스위스에서 적극적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태양은 가득히>
<알랭 들롱>

1960년 <태양은 가득히>라는 영화로 26살의 나이에 그는 단번에 세계적인 톱스타가 되어 영화에서 맡았던 '톰 리플리'라는 이름을 딴 '스스로 지어낸 거짓말을 믿어버리는 정신적 상태'를 뜻하는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유행시켰다.


영화 줄거리는 간단하다. 젊음을 낭비하던 가난한 톰 리플리(알랭 들롱)는 부잣집 바람둥이인 고교 동창 필립 그린리프(모리스 로네)의 아버지로부터 아들 필립을 집으로 데려오면 5천 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필립은 고등학교 때부터 필립을 무시했고, 이탈리아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심지어는 톰이 보는 앞에서 애인인 마르쥬와 정사를 벌이며, 톰을 요트 뒤 구명보트에 매달고 달리는 등 그를 깔보며 괴롭힌다. 톰은 그런 필립에게 모멸감과 함께 부러움을 느껴 결국 그를 살해한다.

KakaoTalk_20220320_235830076.jpg <필립의 옷을 입다 딱 걸린 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의 신분증을 위조하고, 서명을 위조할 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따라 하며 필립 흉내를 내며, 필립의 애인이었던 마르쥬까지 차지하기까지 이른다.


<1999년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리플리>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리플리>도 있지만, 1960년에 만들어진 <태양은 가득히>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순박한 시골 청년 같은 맷 데이먼에게는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은 느껴지지만, 살인을 할 정도의 악의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맷 데이먼에게는 <굿윌헌팅>이...)

<검은색이 잘 어울리는 알랭 들롱>

알랭 들롱의 어머니는 4살에 이혼을 한 후, 재혼을 하여 새 남편과 같이 살았다. 하지만 알랭 들롱은 계부와 자주 다퉜고, 가난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적응하지 못해 여러 번이나 퇴학을 당했다. 만 1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랑스 해군에 입대했으나 절도를 하다 들켰으며, 불명예제대와 군 복무 연장의 갈림길에 섰다. 그는 군 복무 연장을 택해 당시 한창 전쟁 중이던 인도차이나 반도에 파병되었지만 그곳에서도 부대의 지프차를 훔쳐 무단이탈을 한 데다 운전 미숙으로 차를 강속에 처박아 11개월 동안 영창에 들어갔다 결국 불명예제대를 하게 된다. 군을 제대하자 당장 돈이 급했던 그는 웨이터, 비서, 짐꾼, 등 일을 가리지 않았다. 배우인 알랭 들롱의 실제 삶이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톰 리플리와 똑같았다.

어떻게 영화배우가 된 알랭 들롱은 26살에 찍은 영화 <태양은 가득히>가 대히트를 치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돈 많고 바람기 많은 필립의 삶을 모방이 아니라 실제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영화로 성공한 그는 로미 슈나이더, 브리짓 바르도, 마리안느 페이스풀, 로잘리 반 브레멘 등 미녀들과 스캔들은 물론 30살 연하인 파트너 로잘리 반 브레멘을 폭행했으며, 탈세와 마약 혐의도 따라다녔다. 그런 그였기에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톰 리플리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불우한 환경에서 비롯한 강렬한 신분 상승의 욕구와 함께 맷 데이먼에게는 없었던 악의가 있었다.

<2019년 5월 뇌졸중 몇 달 전 알랭 들롱>

20세기 최고의 미남이었던 알랭 들롱도 세월은 비켜갈 수 없었다. 84살에 2019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뇌수술을 받았으며 3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뇌수술 직전 "나이 든다는 건 끔찍하다."며, "안락사는 가장 논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안락사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서, 그가 안락사를 택한 걸 한 인간으로서 이해할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미남 배우>로 젊음의 상징이었던 그에게 주름뿐인 데다 뇌졸중으로 불편해진 몸으로 사는 것은 부유하며 화려한 삶을 사는 '필립 그린리프'에서 가난하고 비참한 '톰 리플리'로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니까.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톰 리플리'가 '필립 그린리프'로 살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면,

현실에서 알랭 들롱이 '톰 리플리'로 되돌아가지 않고 끝까지 '필립 그린리프'로 남기 위해서는 자살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마지막 숨을 들이마쉴 때,
태양이 가득하기를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마지막 이 장면을 그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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