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당이었다.

죽은 자의 고통, 산 자의 아픔

by 빛나리의사

<선생님, 유익한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뇌출혈 환자는 고통을 없겠죠? 바쁘실 텐데, 시간 되실 때 있다 없다로 알려주세요.>


미영 씨가 나에게 인터넷상에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미영 씨를 본 적도 없었고, 누구인지도 몰랐다. 미영 씨는 있다 없다로 짧게 알려달라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그녀가 보낸 짧은 한 줄의 메시지 속에서, 아주 긴 어쩌면 평생 갈지도 모를 마음속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뇌출혈. 말 그대로 뇌에 피가 차는 병이다. 다쳐서 생기면 외상성 뇌출혈이고, 다치지 않고도 생기면 비외상성 뇌출혈이다. 외상성 뇌출혈의 경우,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끔찍한 장면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지만,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서 겉으로는 멀쩡한데 속으로 피가 고여 있는 경우도 많다.

외상 여부,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심한 뇌출혈의 경우 무조건 중환자실로 간다. 코와 입은 물론이고 온 몸에 관이라는 관은 사람 몸에 다 꽂혀 있는 장면을 보면 매번 보는 의사마저도 딱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드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큰 충격을 받는다. 운 좋게 의식이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뇌에 손상을 입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모습에 가족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미영 씨의 누군가가 뇌출혈로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지금 의식이 없어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것이었다. 아니면 둘 다 일수도 있었다. 미영 씨의 어머니께서는 뇌출혈로 이틀간 중환자실에 계셨다고 했다.

뇌출혈로 의식이 없는 경우, 설령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경련을 할 때도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강한 자극을 가하면 몸을 움찔할 수도 있지만, 그건 우리 몸이 반사적으로 보이는 반응일 뿐이었다.


지금 고통을 겪는 건, 뇌출혈로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이미 돌아가신 미영 씨의 어머니가 아니라,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있는 미영 씨였다.


나는 '의식이 없는 환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에 덧붙여, '옆에서 지켜보시기는 힘드셨겠지만'이라는 가정을 더 했다. 답변을 하는데, 미영 씨가 마주했던 상황과 아픔이 나에게 물결치듯 몰려왔다.

그제야 미영 씨는 자신이 의학지식이 없어서 그것이 늘 아픔이었다며, 이제야 응어리가 풀린다고 고마워하셨다.


"모친께서는 편안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서 병원에 계셨던 모습은 이제 그만 놓아주시고, 생전에 아름다웠던 모습을 간직하십시오."


그렇게 말 대신 글로,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한풀이가 끝났다. 무당은 죽은 자의 한을 달래준다고 하지만, 의사인 나는 적어도 산 자의 고통만이라도 덜어줘야 했다.


미영 씨 어머니가 좋은 곳에 가셨기를, 그리고 미영 씨는 더 이상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