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미래가 모두가 아는 현재가 될 때
피, 눈물, 그리고 땀을 흘리는 이들에게
일요일 아침에 전화기가 울렸다. 18개월이나 되었지만 아직 잠투정을 하는 둘째 옆에서 자고 있던 나는 처음에 알람을 잘못 설정한 줄 알았다. 휴대폰을 보니, 어머니였다. 다급히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가 이 시간에 연락을 했다면, 어디가 아프거나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
“어디고?”
“네?”
“괜찮네. 다행이다. 알았다. 끊는다.”
경상도 분이신 당신은 "어디고?"라는 짧은 질문으로 나의 안부를 확인했고, 나 또한 당신의 안부를 확인했다. 당신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았으니, 남은 건 무슨 사고가 났다는 뜻이었다. 나는 즉시 포탈 사이트를 열었다.
“이태원, 핼로윈 압사 사고. 146명 사망.”
믿지 못하는 뉴스에 나는 잠시 눈을 의심했다. 나는 뉴스를 믿기보다는 사람들이 좀비에 이어 죽은 척 연기를 하는건가? 아니면 이제 핼로윈과 만우절을 합쳤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뉴스는 내 생각과는 달리 사실이었다. 다른 곳에서도 같은 사고를 보도하는 것으로 봐서 진실임이 분명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여기에 모인 모두가 대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었던 미래가, 오늘 모두가 아는 현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현재는 재앙이었다. 어떤 이는 현장에서 피를 흘릴 것이고, 어떤 이는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고, 어떤 이는 병원에서 땀을 흘릴 것이다.
피도, 눈물도, 땀도 흘릴 필요가 없는 운좋은 사람은 이제 소리를 높일 것이다. 대게는 안타까움을 표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냐?” “내 이럴 줄 알았다.”며,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미래를 현재 모두가 알게 되자, 자신만은 과거부터 알고 있었던 마냥 남을 비난할 것이다.
이에 미래를 알 수 밖에 없었던 현재의 누구는 조만간 옷을 벗을 것이고, 미래의 누구는 현재의 누가 벗을 옷을 대신 입을 것이다. 이런 대형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심지어 사고가 일어났음에도 처음에 누가 장난하는 것으로 생각했던 나였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사고로 피, 눈물, 그리고 땀을 흘리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