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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an 04. 2023

댓글 하나가 나를
2년 간 미치게 만들었다.

히틀러의 주치의들 출간에 부쳐... 

 2년 전에, 글을 하나 올렸다. 


<BIG3는 승자가 아니라, 패자였다>라는 제목으로, 얄타회담에서 만난 스탈린, 처칠, 루스벨트의 죽음에 관한 글이었다. 짧은 글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댓글도 달아주셨다.


<브런치에서도 썼던 2년 전에 썼던 글>

그중 한 분이 


너무 재미있네요. 이건 시리즈인지요?

라고 물어봐주셨다. 그때는  


“감사합니다. 요즘 역사책 읽다가 한 번 써 본 거라 시리즈는 못 갈 것 같습니다. ^^;;;”


 라고 대답했는데, 며칠을 혼자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시리즈로 쓰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그 짧은 댓글이 2년의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 평소 역사와 전쟁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과 쓴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축구 경기를 보는 것과 축구 경기를 뛰는 것과의 차이라고 할까. 다만 축구는 90분만 뛰면 되지만, 책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1년 넘게 써야 했다. 


 수 백 권의 관련 서적을 읽는다고 힘들었지만, 밤을 새워 가며 책을 읽고, 또 썼다. 히틀러가 되어 세상을 점령하려다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다. 처칠이 되어, 혼자서 히틀러를 맞서도 보았다. 술 취한 주정뱅이 아버지에게 맞는 어린 스탈린이 되었다가, 소련을 무너뜨렸지만, 결국 몸이 무너진 레이건도 되었다. 대처로 변신해 아르헨티나와 광부의 파업과 맞섰고, 젊은 여자와 마작을 두면서 탁자 아래에서 발로 상대를 희롱하는 마오쩌둥이 되기도 했다. 노무현과 아옌데가 되어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되어 어떻게 하면 독재를 이어갈지 번민에 빠졌다. 지미 카터가 되어 독재자들에게  죽음의 저주를 내리기도 했다. 유럽은 물론이고, 태평양을 건너, 칠레의 오지 마을을 헤매고, 진영의 봉화산에 실제로 올랐다.


 위인의 삶만이 아니었다. 스탈린, 쑨원, 비스마르크, 히틀러, 마오쩌둥의 주치의가 되어 그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기도 했다. 그들의 옆에서 혹시나 실수할까 공포에 떨어야 했고, 절망했고, 좌절했으며, 때로는 큰 기쁨과 혜택을 누리기도 했다. 


 황홀한 순간이었다. 이제까지 공부를 하고, 책을 쓰면서도 이렇게 격렬하고 강렬한 몰입은 처음이었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온 책이 “히틀러의 주치의들”이다. 몇몇 분들은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 책을 쓴다고, 평소에 쓰던 의학 에세이를 자주 쓰지 못했다. 내 책을 읽는 분들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추신: 내 삶을 바꿔 주신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그는 짧은 댓글 하나로 2년 간 나를 역사와 책에 미치게 만들었다. 또한 부족한 제 글을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서 고마움을 표한다. 



히틀러의 주치의들. 절찬리에 판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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