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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l 07. 2023

간 때문일까?

조용한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섭다.  

우측 갈비뼈 아래에 위치한 은 신비로운 곳이다. 무게는 1.5kg 정도로 인체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장기다.




 가장 먼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분해하고 합성한다. 인체는 남는 에너지를 모두 지방으로 저장하기에 살이 찌면 간에도 기름이 껴서 지방간이 생긴다. “떡을 만지다 보면 콩고물(지방)이 손(간)에 묻기 마련”인 것이다.

 영양소만이 아니라, 각종 호르몬의 균형을 맞춘다. 거기다 약, 술, 심지어 독까지 해독한다. 알코올의 경우, 1차로 독성이 있는 아세트 알데히드가 되었다가 2차로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숙취가 생기는 것도 바로 알코올 분해의 중간단계로 독성이 있는 아세트 알데히드 때문이다.  간은 이렇게 각종 물질의 합성과 대사, 분해를 담당하기에 몸의 화학공장이라고 한다. 간의 다재다능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토끼전’이 있다. 중병에 걸린 용왕이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라를 보내 토끼를 속여서 바다로 데려온다. 하지만 잡혀 온 토끼가 임기응변을 발휘해 간을 육지에 떼 놓고 왔다며 목숨을 건지는 이야기다. 하지만 토끼전은 옛날이야기로, 오늘날 ‘토끼전’을 다시 쓴다면, 토끼는 용왕에게 간의 일부를 주고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 



 신장(콩팥)은 두 개이기에 이식 수술을 할 때 하나만 떼 주면 된다. 하나뿐인 심장 이식을 하면, 분명히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한다. 하지만 하나인 간을 이식하면, 간이식을 받는 사람(주로 아버지)도 간이식을 하는 사람(주로 아들)도 모두 산다. 간을 이식할 때, 간의 대략 40~50%를 잘라서 이식해 준다. 수술만 잘 되면, 간을 받은 사람(수여자)이나 주는 사람(공여자)이나 아무 이상 없이 잘 산다.


 그렇게 간은 절반 아니 30%만 있어도 정상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이런 간의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이나 간암의 경우, 간의 70% 이상이 파괴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증상이 생겨서 병원에 오는 경우는 이미 회복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 상황이 흔하다.




 실제로 암 중에 사망률 1위가 폐암이고, 2위가 간암이다. 그래서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B형, C형 간염과 더불어 , 그리고 지방은 간을 망치는 주된 원인이다.


 이가 있으면 잇몸이 있고, 간이 있으면 쓸개가 있다. 간 밑에 달린 엄지손가락만 한 쓸개(담낭)는 간에서 만든 담즙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담즙은 지방의 분해를 돕는다. 아직도 비싼 돈을 주고 곰의 쓸개인 웅담을 먹는 사람이 있는데, 기껏해야 웅담은 지방 분해를 돕는 소화제 정도에 불과하다. 참고로 쓸개즙의 주성분인 담즙산을 추출해서 만든 게 우루사다. 그러니까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웅담을 사 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래도 굳이 먹고 싶다면 우루사를 사 먹으면 된다. (물론 우루사마저 굳이 사 먹을 필요도 없다)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광고와 달리, 피로의 원인은 무수히 많기에 우루사를 먹어서 좋아지기는 어렵다. 반대로 간이 안 좋아서 몸이 피로할 정도면(급성 A형 간염, 간경변, 간농양, 간암 등) 앞서 말했듯이 간이 심각하게 손상을 입은 것으로, 단순히 우루사 따위를 먹는다고 절대 좋아지지 않는다. 


 간은 ‘침묵의 장기’이다. ‘조용한(얌전한)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라는 말이 있듯이, 간이 침묵을 깨고 비명을 지르기 전에 우리는 간을 아끼고 보호해줘야 한다. 간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다면, 뭔가를 먹는 게 아니라, 먹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몸도 그렇지만 간도 무리하면 쉬는 게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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