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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리의사 Jun 26. 2023

'나만의 비법'은 진짜 효과가 있을까?

현대 의학은 이렇게 발전했다.  

 우리는 정보가 부족한 세상이 아니라,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다양한 정보는 건강은 물론이고, 재테크, 심지어 자녀 양육법까지 무수히 많다. 그중에서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것은 


 “103세 할아버지의 장수 비법”

 “나는 이렇게 OO억을 벌었다.”

 “우리 아이는 이렇게 서울대를 보냈다.”


 과 같은 ‘나만의 비법’이다. “열심히 공부하기”, “낭비하지 않고, 저축하기.”, “적게 먹고 많이 쓰기” 같이 

남들 다 아는 이야기보다는 특별한 비밀에 왠지 더 귀가 쏠린다. 


 그럼 정말 항생제는 효과가 있을까? 쓰면 안 쓰는 것보다 더 몸에 좋을까? 수술은? 이 수술을 꼭 해야 할까? 안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의사는 과연 어떤 경우 항생제를 쓰고, 어떤 때는 항생제를 쓰지 않을까? 쓸개에 돌이 있으면, 어떤 때는 수술하자고 하고, 어떤 때는 지켜보자고 하는 걸까? 과연 그 근거는 있을까? 정말로 담배를 피면 몸에 나쁠까? 얼마나 나쁠까?


 현대의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은 과학자가 의사가 아니라 수학자 더 정확히는 브래드퍼흐 힐(Bradford Hill)이라는 통계학자가 이루어냈다. 1947년 초반 런던에서는 브래드퍼드 힐의 방법을 따라, 당시 결핵의 치료제로 등장한 항생제인 스트렙토마이신을 55명의 환자에게 투여하고(실험군), 기존의 치료제인 폐를 짜부라뜨리는 방법으로 치료 받은 52명(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6개월 후 스트렙토마이신을 투여 받은 ‘실험군’은 55명 중에 4명이 사망했지만,  기존 치료를 받은 ‘대조군’은 14명이나 사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담배와 폐암과의 관계를 흡연자(실험군)과 비흡연자(대조군)으로 구분하여 밝혀냈다.


 하루 25개비 이상의 담배를 피운 사람들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무려 25배나 높았던 것이다.  그후로 의학과 과학은 더욱 발달하여, 실험군과 대조군을 모두 동등한 조건으로 실험을 하는 무작위 대조 연구(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s)가 표준이 되었다. 


 이렇게 현대 의학은 모든 치료의 근거를 실험과 연구를 통해 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더 나은 치료를 위한 발전을 해 나갔다. 치료 약은 물론이고, 실험과정까지 모두 상세히 밝혀 특정 논문을 내면 의사들 사이에서 격렬한 토론과 함께 다른 실험이 등장하면서 결국 ‘집단 지성’이 인정한 치료법만이 표준 치료가 되었다. 오늘날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이 탄생한 것이다. 


 과연 OOO가 축구를 잘하는 것은 아버지가 교육을 잘 시켜서 그럴까? 아버지의 유전 때문이 아닐까? 오히려 아버지의 잘못된 교육으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시간을 돌아가 OOO의 아버지 교육 방식을 바꿔서 실험해 볼 수 없기에 과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 그럼 누군가 내세우는 ‘나만의 비법’이 정말 효과적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직접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그런 ‘나만의 비법’을 주장하는 사람이 무엇을 파는지, 그리고 비법을 전파하면 누가 이득을 보는지 살펴보면 된다. 참고로, 자기 계발서를 통해 인생이 바뀐 사람은 작가뿐이다. 



출처: 제임스 르 파누, <현대 의학의 모든 역사> 94 page, 알마(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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